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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9-29 11:57:24, 수정 2019-09-29 11:57:23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나쁜 녀석들:더 무비’ 히트…TV드라마 극장판, 성공의 이유는?

    • 영화 '다운튼 애비' 포스터

      20일(현지시간) 북미지역에서 공개된 영국영화 ‘다운튼 애비’가 지난 주말 북미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3일 간 수익은 3103만 달러. 기존 예상치 배에 가까운 성적이 나왔다. 최종적으론 9000만 달러 이상, 1억 달러 돌파까지 가늠해볼 수 있단 분석이다. 알다시피 ‘다운튼 애비’는 TV드라마 극장판이다. 20세기 초반 영국 귀족가문 사정을 그린 영국 ITV 드라마가 원작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시즌에 걸쳐 방영됐다.

       

      그보다 조금 전인 11일엔 한국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개봉됐다. 개봉 즉시 흥행 1위를 차지하며 27일 현재까지 424만여 관객을 모으는 히트를 기록 중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역시 TV드라마 극장판이다. 케이블채널 OCN에서 2014년 방영됐던 11부작 드라마 후일담을 그렸다.

       

      그리고 또 그보다 좀 더 전인 8월23일, 일본에선 ‘극장판 아재’s 러브 LOVE or DEAD’가 개봉했다. ‘날씨의 아이’ ‘라이온 킹’ 등에 밀려 3위로 데뷔했지만, 꾸준하게 인기가 높았다. 현재까지 22억 엔 이상을 벌어들이며 2019년 일본실사영화 흥행 5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이 역시도 지난해 TV아사히에서 방영됐던 7부작 드라마 ‘아재’s 러브’ 극장판이다.

       

      불과 한 달 여 사이 한미일 3국에서 TV드라마 극장판이 차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단 얘기다. 그런데 이들 성공담이 각국 대중문화산업에서 지니는 의미는 또 각기 다르다. 어떤 경우는 가히 일상다반사 수준이지만, 또 어떤 경우는 해당 국가뿐 아니라 세계대중문화 전체 흐름에 영향을 끼칠 신호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일본의 ‘극장판 아재’s 러브 LOVE or DEAD’ 경우다. 물론 대단한 성공작으로 거듭났지만, 위 세 경우들 중 가장 의미는 희박하다. 일본은 본래 TV드라마 극장판이 고정 히트 아이템이다. 그것도 무려 50년 전 ‘남자는 괴로워요’ 시절부터 그랬다. TV 보급 전엔 라디오드라마 극장판이 히트 아이템이었다. 당장 올해만 봐도 ‘극장판 아재’s 러브 LOVE or DEAD’가 유일한 드라마 극장판 히트작조차 아니다. 5월17일 개봉해 첫 주말 1위를 차지한 ‘컨피던스맨JP’ 극장판이 또 있다.

       

      일본은 확실히 참 이질적인 문화 환경이다. TV드라마 극장판 사정만 봐도 그렇다. 평균시청률 15% 이상 히트 드라마 극장판도 성공을 거두지만, 시청률 5% 이하라도 마니아층만 탄탄하면 ‘아재’s 러브’나 ‘컨피던스맨JP’처럼 극장판이 20억 엔 이상 대히트를 기록한다. 후일담 격 극장판도 성공하고, 리메이크 격 극장판도 성공한다. 그냥 ‘익숙한’ 콘텐츠면 본래 성공률이 부단히 높다. 여러모로 원소스 멀티유즈, 미디어믹스 판매가 쉬운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극장판 아재’s 러브 LOVE or DEAD’ 성공담이 미디어 이동 등 차원에서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 그저 본격 퀴어 콘텐츠, 그중에서도 게토화 된 중년남성과 젊은 청년 관계 퀴어 콘텐츠가 메인스트림 상업성을 확보할 수 있단 점에 주목할 뿐이다. 그 점에서 역시 일본은 확실히 좀 특이한 문화 환경이긴 하다.

      영화 '나쁜녀석들 : 더 무비' 포스터

      다음, 한국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사실 사례 희귀성이나 그 성공담의 의외성으로 볼 땐 이쪽이 가장 의미가 깊다. TV드라마의 영화화 자체는 한국대중문화계에서 지난 20년 간 종종 ‘실험’은 돼왔다. 2000년 작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 2006년 작 ‘올드미스 다이어리 극장판’, ‘다모’의 비공식(?) 극장판인 2005년 작 ‘형사 DUELIST’ 등 돌아보면 꽤 사례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중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사상최초다. 그냥 성공도 아니라 손익분기점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넘어설 분위기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참 대단한 전환점일 듯하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도 않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사실상 ‘무늬만 TV드라마 극장판’이란 얘길 듣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드라마 원작의 존재조차 알지 못해도 관람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만들어졌다. 좋은 말론 접근성 좋은 형식이지만, 사실상 거의 개별적 콘텐츠라 봐도 좋을 수준이다. 아닌 게 아니라 드라마와 설정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도 많고, 분위기 자체도 많이 다르단 평가가 많다. 드라마 극장판이라기보다 ‘또 다른 마동석 액션영화’에 불과하단 것이다. 이에 드라마 팬들로부터 ’패럴렐 월드 아니냐’는 힐난까지 따라붙고 있다.

       

      그럼에도 의미를 둘 부분이 있다면, 대략 ‘이런 식’으로도 영화가 가능하단 사실을 알렸다는 점 정도다. 소재나 설정 차원에서 눈길 끄는 TV드라마가 과거 존재했다면 거기서 탐나는 요소들만 가져와 독립된 극장용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단 점 말이다. 그런 차원에선 원작 드라마가 굳이 성공작일 필요도 없고, 딱히 팬 베이스랄 게 존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소재확보 차원에서 발상의 전환 정도라 볼 수 있다.

       

      이제 마지막, 영국/미국의 ‘다운튼 애비’를 생각해보자. 물론 미국만큼 TV드라마 극장판 제작이 활발한 환경도 또 없다. 그러나 ‘다운튼 애비’ 같은 경우는 드물다. 절대다수가 수 십 년 전 드라마의 리메이크 혹은 리부트 버전이고, 배우들부터 모조리 다르다. 설정만 가져온 뒤 유명세를 파는 식이다. 더군다나 에피소드 한 편씩 일단락되는 시추에이션 형식이 아니라 ‘다운튼 애비’ 등 연속드라마가 극장판으로 거듭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2008년 작 ‘섹스 앤 더 시티’ 극장판과 그 속편 정도가 예외일 따름이다.

       

      그럼 ‘다운튼 애비’와 ‘섹스 앤 더 시티’ 극장판 성공이 드러내는 현실은 뭘까. 단순하다.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15년 넘게 장악하고 있는 극장가에서 ‘소외된’ 관객층, 즉 35세 이상 성인관객층 문제다. 성인들끼리 사실적 관계를 다룬 드라마에의 수요가 큰 계층 말이다. 특히 여성층이 그렇다. 당장 ‘다운튼 애비’만 해도 극장판 첫 주 관객 74%가 여성이었고, 60%가 35세 이상이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85%가 여성, 80%가 25세 이상이었다. ‘그런 콘텐츠’에 목말랐던 것이다.

       

      사실 저 ‘성인들끼리 사실적 관계를 다룬 드라마’란 것, 여러모로 제작도 어렵고 배급은 더 어렵다. 흥행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수퍼히어로 영화처럼 콘셉트를 알기 쉽게 홍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성인관객층은 더더욱 목마르게 된다. 곧 ‘극장은 수퍼히어로 영화 등을 보러 가는 곳, 진지한 관계 드라마는 집에서 TV로 보는 것’이란 인식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점차 입장권판매량이 떨어져가는 극장업 상황도 OTT 등 등장 탓이라기보다 바로 ‘이런 인식’이 성인들 사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다운튼 애비’ 성공담은 이 같은 딜레마에 일종의 탈출구가 돼줄 수 있다. TV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콘셉트를 알린 콘텐츠라면 진지한 관계 드라마라도 충분히 제작 및 배급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단 점 말이다. 그리고 이제 10월11일엔 AMC 히트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영화판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역시 소외된 35세 이상 성인남성층 중심으로 맹활약할 모양새다. 이밖에 ‘워킹 데드’도 이미 극장판 기획에 들어간 상태고, 궁극적으론 ‘왕좌의 게임’ 극장판도 충분히 가능하리란 기대다.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할리우드 흐름에 한국이 올라타게 될지 여부는 회의적이다. 본래 한국영화시장은 눈요기형 블록버스터는 할리우드 콘텐츠로, 진지한 관계 드라마는 한국 콘텐츠로 나눠 소비하는 분위기다. 북미처럼 딱히 소외되는 관객층이 존재한다 보기 힘들다. 다만 TV와 극장 간극이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란 점만큼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흐름이 맞다. 향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보다 훨씬 대범한 미디어 크로스오버 기획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장르 콘텐츠가 많은 케이블채널과 OTT, 심지어 웹드라마까지도 미디어믹스 대상이 될 수 있다. 넓은 시야로 상상력을 크게 가져봐야 할 때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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