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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희생 조명한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입력 : 2019-09-24 18:52:07 수정 : 2019-09-24 18: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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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아 산과 들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여행객이 늘수록 필연적으로 각종 안전·교통사고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특히 습도가 낮고 건조한 가을철에는 작은 불씨도 쉽게 번져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소방관들은 항시 안전을 위해 헌신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노고에 사뭇 무심한 경우가 많다. 최근 개봉한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불철주야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조명하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다.

자생한방병원장

영화의 주인공 철수(차승원 분)는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잘생긴 얼굴에 조각 같은 몸매로 여심을 사로잡는 칼국수집 직원이다. 동네 바보로 통하는 그에게 유일한 취미는 드라마를 보며 근육을 단련하는 것뿐이다. 그런 철수의 일상은 느닷없이 샛별이라는 아이(엄채영 분)가 등장해 자신이 그의 딸이라고 주장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당돌한 샛별의 모습에 철수는 당혹스러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어느날 샛별은 철수에게 대구로 가자며 그를 재촉하고 둘은 예정에 없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기본 내용만 봐서는 소방관과 전혀 연관이 없을 듯한 작품이지만 소방관들은 이 영화를 보고 위로와 감동을 함께 받았다고 한다.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야 그 연결고리가 밝혀지는데, 철수의 과거 직업이 소방관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늠름했던 철수가 왜 지금의 장애를 갖게 됐는지 소방관들의 노고와 희생에 대해 조명한다.

목숨을 내걸고 인명구조에 나서는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신적 피해와 찰과상, 화상 등 외상 이외에도 이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통증을 안기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실제로 2015년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에서 발표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방관들의 약 40%가 추간판(디스크) 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통증을 많이 느낀 신체부위는 허리(64.9%), 어깨(50.5%), 목(40.4%) 순이었다.

무거운 보호장비들을 착용한 채 인명구조작업을 펼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온 몸의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소방관들이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보호장구는 방화복과 산소호흡기, 산소통 등을 포함해 평균적인 무게가 약 27㎏에 달한다. 이는 소방관들이 평소 체력 단련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근골격계 질환의 만성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극중에서 철수는 이같은 보호장구들을 입고 힘겹게 구조활동을 이어나간다. 그가 소방관이 아니게 된 이후에도 근육을 가꾸고 운동에 열중하는 것은 보호장구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짓누르는 책임의 무게를 버티기 위함이 아니었을지 생각이 깊어진다.

최근 이러한 소방관들의 고충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 국회에는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6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소방관들의 처우가 하루 빨리 개선될 수 있길, 올 가을과 겨울에는 큰 인명사고 발생 없이 편안하고 따뜻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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