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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싣고 달리는 기차… ‘해랑 열차’ 타고 전국 일주 떠나요

입력 : 2019-09-24 18:24:36 수정 : 2019-09-24 19: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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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연평균 객실 가동 70% / 편안한 잠자리·온수 샤워 가능 / 각 여행지서 지역 산해진미 제공 / 마술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임피역에 진입하는 해랑 크루즈 열차

[여수=전경우 기자] 국내 유일의 크루즈 열차 해랑은 기구한 사연을 안고 출발했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응원단을 태우고 북경까지 내달릴 예정이던 특별 열차는 78억원의 개조 비용을 들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당시 남북관계 등 여러 사정으로 열차는 결국 출발하지 못해 관광용 크루즈 열차로 용도가 변경됐다. 해랑은 지난 2008년 11월 7일 첫 기적 소리를 울린 이후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심을 받았다. 10년째 연평균 객실의 70%가량 손님이 들어차며, 시즌 특판 상품은 언제나 매진이다.

해랑의 주요 이용자는 중장년층 효도관광 손님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자다.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 일본인은 무려 14회 해랑을 탑승했고 승무원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부산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해랑의 성공은 철도 선진국 일본에도 알려졌다. 일본 JR 규슈와 JR동일본은 해랑을 벤치마킹해 크루즈 열차 ‘나나츠보시 인 큐슈(세븐스타)’, ‘트란 스위트 시키시마’ 등을 만들었다.

 

길고 좁은 복도와 객실로 이뤄진 해랑 객차

무궁화호 8량 편성을 개조한 해랑은 현재 54명 정원에 객실 23실을 갖춘 1호기, 72명 정원에 24개 객실이 있는 2호기가 전국 일주, 동부권, 서부권 등의 코스를 달린다. 1호기에는 스위트룸이 있고, 2호기에는 3인용∼4인용 가족형 객실이 있다. 4호차, 5호차에 있는 카페와 이벤트룸 앞뒤로 객실이 배치된다.

상시 운영 코스는 3가지다. 서울∼순천∼부산∼경주∼정동진∼동해∼태백∼서울의 전국일주 2박 3일 코스와 서울∼단양∼영월∼경주∼서울의 동부권 1박 2일, 서울∼전주∼순천∼서천∼군산∼서울의 서부권 1박 2일 코스가 있다. 1박 2일 상품의 최저가는 2인 기준 160만원(디럭스룸), 최고가는 2박 3일 코스의 4인용 객실 299만원(스텐다드룸)이다.

출범 당시 해랑은 화려함을 자랑했지만 10년 세월을 견디며 여러 부분 노후화됐다. 코레일은 최근 해량을 포함한 관광열차의 개선안을 내놨다. 2024년까지 1700억원을 투입해 관광열차에 최적화된 최신 설비 열차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바뀌는 해랑은 KTX와 비슷한 외관이 예상된다. 디젤 기관차가 사라지고 앞뒤로 전기를 이용한 동력차가 있는 구조다.

가을의 문턱, 해랑을 타고 국토의 서쪽 철길을 따라 달렸다.

해랑을 전담하는 남녀 승무원들은 오랜 경험, 뛰어난 서비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체크인과 함께 이어지는 화끈한 환영 이벤트

해랑은 좌석이 아닌 객실을 판다. 요금 역시 1인당이 아닌 객실당 부과되는 형태다. 탑승 절차는 호텔 투숙과 비슷하다. 승무원들은 안전에 대한 사항을 안내하고, 객실 사용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승무원들은 탑승객을 위한 가야금, 난타 공연 등 환영 행사도 열어준다. 승무원 이벤트는 열차에서 내리기 직전에도 있다. 해랑과 관련된 퀴즈를 맞히면 선물을 주고, 화려한 마술쇼도 이어진다. 해랑을 전담하는 승무원들은 완벽한 팀워크로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여행 내내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로 돌아는 길 이벤트 객차에서는 퀴즈 이벤트가 열린다.

이동하는 열차에서 첫 식사는 도시락이 제공되며, 이어 방문하는 각 여행지에서는 지역 맛집들에서 산해진미가 나온다. 열차 이용 내내 카페 객차에는 호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처럼 간단한 간식거리가 제공되며, 메뉴는 시간대별로 바뀐다. 와인, 맥주 등 주류와 음료 제공 역시 무제한이다.

카페 객차. 여행 기간 내내 무제한 간식과 주류, 음료가 제공된다.

예약한 객실키를 받아들고 길고 좁은 복도를 지나 객실 번호를 확인한다. 문을 열고 확인한 짐을 풀어놓은 뒤 침대에 누우면 비로소 차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객차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는 해랑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객실에는 온수 샤워가 가능한 욕실겸 화장실이 딸려 있다.

해랑 디럭스 객실 내부

▲달리는 기차에서 잠이 잘 오나요?

근대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군산, 옛 정취를 간직한 임피역을 둘러보고 익산을 거쳐 여수로 이동했다. 국내 최남단 기차역인 여수엑스포역에서는 디젤 기관차가 앞에서 뒤로 위치를 바꾸는 작업이 이뤄진다. 여수의 야경을 감상하고 다시 기차에 오르면 열차는 장항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객실 내 소음은 제법 크지만 이내 적응된다. 장항역에 도착한 열차는 정차한 상태로 밤을 지새운다. 밤의 기차역은 고요하다. 숙면을 취하는데 아무 지장 없다.

여수 야경

날이 밝으면 승무원들을 따라 장항역을 나와 아침 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이어서 번용 버스를 타고 장항 스카이워크, 국립생태원 등을 관람하고, 드넓은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장항역에서 다시 열차에 오르면 해랑은 서울역을 향해 달린다. 돌아가는 시간에도 해랑 승무원들의 이벤트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국립생태원

▲코레일, 관광분야 인프라 개선 나선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인프라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코레일이 최근 관광분야 개선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해 기존 관광전용열차를 대체할 새로운 관광전용열차 17편성 96량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열차 승차권 예매 앱 ‘코레일톡’은 원스톱 종합여행플랫폼으로 재구축한다. 열차 승차권은 물론 호텔, 렌터카 등 역 주변 여행콘텐츠를 한 번에 예약·결제할 수 있는 ‘토털여행서비스’가 2024년까지 현재 47개 역에서 150개 역으로 확대된다. 공연티켓, 스포츠관람권, 지역 특산물 등 여행콘텐츠도 추가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승차권 예매 홈페이지를 모바일에 특화된 철도관광 상품판매 전용 홈페이지로 개편한다. 여행 추세에 따라 상품 구성도 여행지 중심에서 가족, 힐링 등 테마 중심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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