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벌써 네 경기 연속. ‘박쥐 군단’의 일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강인(18·발렌시아)이다.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레가네스와의 2019∼2020 스페인 프리메아리가 5라운드에 교체 출전해 정규시간 31분을 소화했다. 1-1 무승부에 그쳐 팀이 완전히 웃지는 못했지만, 이강인 선수 개인은 네 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희망을 확인했다.
이강인은 올해 초 1군으로 콜업됐다. 8000만 유로(약 1051억원)의 바이아웃이 포함된 성인 계약을 체결하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전 발렌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백업 요원으로 분류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폴란드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해 금의환향했을 때도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이강인 측은 이적을 모색했다. 출장이 꾸준해야 재능을 만개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강인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발렌시아는 이적이 아닌 임대에 무게를 뒀다.
이견을 좁히는 사이 이적 시장은 문을 닫았고, 새 시즌을 발렌시아에서 시작하게 된 이강인이었다.
이후 팀에 큰 변화가 있었다. 피터 림 구단주가 철학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토랄 감독과 결별을 택했고, 후임자에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을 선임했다. 내부적으로는 잡음이 있었으나, 이강인에게는 호재였다.
사령탑 변경 이후 꾸준히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벌써 네 경기 연속 출전이다. 선발은 아니지만, 갈망했던 출전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출전시간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실력을 발휘할 여건이 만들어지니,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 나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팀에 창의성을 불어 넣을 자원이라는 걸 재차 증명했다. 현지 복수 언론도 “세부적인 움직임이 좋았다”는 등 박수갈채를 보냈다.
출발점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도 좋지만, 걸음마부터 차근차근 떼는 게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강인은 입지를 굳혀가며 프로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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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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