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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9-15 10:41:35, 수정 2019-09-15 10:41:35

    [황현희의 눈] 민족의 대명절? 이젠 ‘잔소리’의 대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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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찾아왔다. 명절 때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인 명절 스트레스 이야기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 함께 즐겁자고 만든 명절이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지만 매년 서로의 처해진 상황과 위치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제 무시하지 못할 지경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듯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잔소리 들을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다 자연스레 나오는 성적·취업·결혼·출산 이야기인데 매년 반복되는 스트레스이지만 안 듣기가 쉽지 않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매년 추석 그리고 설날에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급기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잔소리를 할 거면 돈으로 달라’는 뜻으로 ‘잔소리 메뉴판’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수험생이 들으면 고통받을 모의고사와 대학 얘기에는 5만 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대학 진학 후 들을 수 있는 다이어트·연애·군대 이야기에는 10만 원에서 15만 원대로 이전보다 높은 가격대를 보였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듣는 취업 이야기를 하려면 20만 원 정도를 용돈으로 주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을 전망이라 적혀있고, 마지막으로 잔소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결혼과 출산 계획 잔소리에는 각각 30만 원, 50만 원의 가격대가 형성됐다.

       

      얼핏 보면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내용을 자세하게 짚고 넘어간다면 쉽게 웃지만은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 위의 모든 상황을 클리어하고 끝판왕인 결혼과 출산까지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지만 올해 추석에 들었던 말은 “둘째는 언제 가질 거니?”였다. 이 말인즉슨 명절에 나오는 질문은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결국 모든 상황을 완수했다 생각했지만 또 다른 질문이 또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아찔했다.

       

      “왜 이런 질문을 하실까?”란 궁금증에 한번 여쭤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딱히 할 말이 없어서”라는 말씀이었다. 그렇다. 그냥 할 말이 별로 없어서 형식상 던지는 말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 질문의 시작은 우리 세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어린 조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에서 몇 등 해?”라는 말을 던질 때도 우리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하는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가끔 어르신들을 보면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리고 타지 않고 무조건 열리자마자 타시는 분들이 있다.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아직 기계에 대해 잘 모르시고 하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먼저 불편하다는 것을 알려 드리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잔소리 메뉴판’을 보며 일가친척에게 말을 건네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건 어떨까.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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