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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추석엔 코미디죠”

입력 : 2019-09-12 10:00:00 수정 : 2019-09-12 09: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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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요청하자 차승원은 단번에 “추석엔 코미디죠”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올 추석 온 가족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 중 단연 으뜸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라고 말이다. 

지난 2일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 차승원은 무대인사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다음날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에게 ‘이런 저런 생각’에 대해 묻자 그의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관객수가) 얼마나 될까, 무대인사를 가서 대구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이야기 하는 게 맞을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나 등 정말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이었다. 차승원은 “안 보이는 곳에서 수고해주는 분들에 대한 마음이 크다. 나같으면 용기도 낼 수 없을 것 같은데..”라고 말 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대구에 간다면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1일 개봉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의 이야기로 마른하늘에 ‘딸’벼락 맞은 철수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 차승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12년만에 본업인 ‘코미디’로의 귀환을 알렸다.

 

그저 코미디 영화라고 보기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지난 2003년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온몸을 내던진 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입은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주연배우로서 실존하는 사건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부담이 됐다. 섣불리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큰 작품이었다. 그런 차승원에게 신뢰를 심어준 건 이계벽 감독이었다. 차승원은 “감독님이 사건관련 광부를 굉장히 많이 했다. 직접 만나보니 이 사람이 (사건을) 훼손시키거나 이상하게 만들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감독에게 모든 걸 맡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출발점을 이야기했다. 이 영화가 끌렸던 이유도 이계벽 감독이다. 이 감독의 온정이라면 이 영화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감사’의 마음이 더 커졌다. 차승원은 “지하도 촬영 환경이 특히 열악했다. 누군가를 구하러 들어갔는데, 내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분들에게 감사드리는 이유 중 하나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 자식으로서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게.. 나는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았다. 그 희생에 대한 용기가 요즘들어 더욱 감사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여름에 대구 소방서에서 진행한 촬영을 언급하며 “웬만한 의지와 희생정신이 없다면 안되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든 또 하나의 고민은 후천적 지적 장애 연기였다. 철수는 완벽한 비주얼에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순수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철수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 자료도 찾아봤지만 특정 인물을 두고 비슷하게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 그냥 ‘따라쟁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을 향한 호불호가 존재했다. 차승원은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인물의 상황을) 희화화 한다는 게 아니라, 굳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더 사려깊게 들여다봤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 차승원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약간 부족한 아빠와 아픈 딸이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은 이야기다. 험난한 세상에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차승원. 짐이 될 줄 알았지만 역시나 가족이라는 존재는 곁에 있어주면 큰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 험악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아버지와 딸의 사랑,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들의 힘 말이다. 

 

차승원은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영화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선생 김봉두’(2003) ‘이장과 군수’(2007) 등 코미디 작품으로만 1400만 명을 웃긴 ‘원조 웃음 보증 수표’다. 12년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차승원에게 현장은 ‘편한 공간’이었다. 힘든 촬영 현장이라 할 지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기 때문이다. 뭘 하든 반응도 즉각 나타난다.

차승원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배우다. 그는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 수 있어 특히 ‘유머’가 좋다고 했다. 이왕이면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쉽고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머만한 게 없다면서 “진지하고 시니컬한 역할이어도 반전을 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유머가 있는 캐릭터가 좋다”고 답했다. 

 

배우는 ‘선택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차승원은 장르와 상관없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최근 영화 홍보차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그는 “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씩 나간다. 어떤 의미로든 사랑을 보여주는 건 큰 의미다. 그저 그 사람이 좋은 것 아닌가. 예능에 출연해서 내 행동과 말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기분이 좋다. 내가 못 살진 않았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배우)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없으면 끝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배우의 이미지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차곡차곡 쌓아져 만들어진 나의 이미지가 크게 더 잘 되지도, 못 되지도 않고 지금처럼, 이대로만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나이로 50대에 접어든 차승원. ‘50’이라는 숫자가 어색할 법도 하지만 그에겐 요즘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적당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그는 “이제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내 생각에 이 나이는 특별한 일 없이, 주변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다. 치열했던 예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지켜보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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