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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9-01 12:26:41, 수정 2019-09-01 12:26:39

    [황현희의 눈] 위법이 아니니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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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장관 내정자 인사 청문회 관련 이슈가 지난 몇 주간 모든 정국의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당장 청문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증인 참석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는 등 이슈와 소문과 의혹만 난무할 뿐, 청문회가 열릴 수는 있는지의 여부도 결정돼 있지 않아 국민들은 답답해하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후배들이 ‘사퇴’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후보자의 딸의 모교인 고려대에서도 후보자 딸의 입학과 관련된 ‘진실’을 요구하며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20대들의 분노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주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는 사실 누구보다도 2∼30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평소 교육 양극화와 부조리한 사회를 활발히 비판해왔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며 대학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자녀의 입시에 관한 뚜껑을 열어보자 정작 자신의 딸은 아버지가 비판한 구조에 편승해 대학에 입학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려면 교육 및 입시 제도가 공정해야 하는데, 특권층에게 유리한 사회 구조를 합법이란 이유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학생들은 매우 큰 좌절감을 느낀 것이다. 

       

      그동안의 공정하지 않은 입시 문제나 계층별로 따져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힘든 사회구조, 특히 20대 남학생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해준 젠더 관련 이슈가 더해져 그들은 폭발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걱정 말아요 그대’, ‘아프니깐 청춘이다’ 이런 식의 말로 그들을 위로해 왔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위로해 주는 척을 해왔다.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항상 추상적이고 긍정적인 말들만 내뱉고 있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배신감이 들 것이다. 지금 2∼30대들에게는 위법이냐 아니냐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20대가 믿어왔고 따라왔던 사람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것이다. ‘개천에 용이 필요 없다 하고 개천을 살리면 된다’는 위로를 해줬지만 결국 본인들만 가재와 물고기가 됐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위로해 줄 것인가? ‘위법이 아니니깐 괜찮다’는 말로 20대를 설득시키려 한다면 아마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대가 든 촛불은 한낮 불장난에 불과한 것이고 내가 든 촛불만이 민심이다”라고 말하는 몇몇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줬으면 한다. 역사의 페이지는 책처럼 한 페이지씩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역사의 다음 페이지에 왔을 때 지금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대는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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