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가혹한 8월이다. 그래도 류현진(32·LA다저스)에겐 희망이 있다.
현실적으로 사이영상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평균자책점이 류현진의 가장 큰 무기였는데 애리조나전에서 총을 잃어서다. 이제 남은 건 FA 대박이다.
류현진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부진했다. 4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13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만 했다.
뼈아픈 건 사이영상 레이스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피칭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가 허전할 정도였다. 그런데 후반기부터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전에서 5⅔이닝 4실점, 2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4⅓이닝 7실점으로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날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7실점을 내주며 두 경기 연속 7실점을 헌납했다. 8월 중순까지 1점대로 유지하던 평균자책점도 애리조나전 이후 2.35까지 치솟았다.
류현진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이유는 평균자책점이었다. 다승으로 투수를 평가하던 예전과 달리 평균자책점에 대해 인정하는 기조가 생겼다. 이닝은 부족해도 매 경기 실점을 최소화하는 류현진이 압도적이었던 이유다. 경쟁자인 제이콥 디그롬(162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2.56)과 스테픈 스트라스버그(171이닝 15승5패 평균자책점 3.63)에 앞설 수 있던 근거이자 희망이었다. 다만 류현진의 세 경기 연속 부진은 류현진이 손에 쥔 가능성을 거듭 낮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2013년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약 424억원)에 계약한 뒤 지난 시즌엔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1년 계약·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 지급)를 수락했다.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올라선 이상 실력은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뒤 압도적인 모습으로 내구성에 대한 우려도 지웠다. 더욱이 류현진을 원하는 구단은 원소속 구단인 다저스에 드래프트 지명 보상권을 주지 않고도 영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뻔한 말이지만 잔여 경기에서의 등판 내용이 류현진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미 밑그림과 색칠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마무리 작업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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