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야유도 축구 응원의 한 단면이다. 팬이라면 비판할 수 있다. 선수 역시 살길을 찾기 위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 모두가 일련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사이 구단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볼모로 세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준재(31·제주)를 둘러싼 이야기의 핵심이다.
지난 7월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는 남준재와 김호남을 전격 트레이드했다. 이 두 선수는 지난 18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인천과 제주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채 친정팀을 마주했다. 그런데 이날 인천 홈 팬들은 남준재를 향해 거센 야유를 퍼부었고, 거친 말들이 오갔다. 야반도주라는 걸게까지 나왔다.
팬의 입장은 인천의 상징으로 불리며 주장 역할을 했던 남준재의 이적이 아쉬울 수 있다. 야유하고, 비판을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과거 루이스 피구나 호나우두 역시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모두 입으며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것마저도 축구다.
그런데 그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인천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 ‘군데스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 실장 중심으로 팬 간담회를 급하게 진행했다. 인천 팬은 남준재라는 존재를 각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100여명의 팬도 몰렸다.
이 자리에서 인천 관계자는 “트레이드 요청이 왔을 땐 남준재의 결심이 선 상태”라고 발언했다. 문제는 인천 관계자 누구도 남준재의 의사를 직접 들은 사람이 없다. 남준재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이다. 팀의 상징이자 주장인 선수와 트레이드를 논하는데 직접 소통하지 않았으면서, 그것을 남준재가 직접 얘기한 것처럼 팬들에게 설명했다.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계를 다시 돌려보자. 유상철 감독은 인천 지휘봉을 잡은 후 남준재를 주요 전력에서 배제했다. 5월 말부터 3경기 연속 교체명단에 넣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다면 선수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 프로라는 정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트레이드 대상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구단을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남준재 트레이드의 팩트이다. 야유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 된다. 드라이하게 봐야 한다. 인천이 제주에서 김호남이 아닌 선수를 제안했다면 과연 남준재의 결심이 섰다고 해서 트레이드를 했을까. 즉시 전력감이 아닌 선수를 트레이드 대상자로 내세웠다면 인천은 트레이드를 수락했을까.
핵심은 남준재의 결심이 아니라 인천 구단의 필요에 따라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김호남이라는 자원이 팀 전력에 필요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인천은 이 과정을 남준재가 원해서 트레이드를 한 것처럼 책임을 회피했다. 그것도 남준재가 없는 자리에 팬을 한데 모아놓고 구단 입장만 설명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익과 책임 경계선이 있다. 구단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상징인 선수가 트레이드 대상자라면, 그리고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선수가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프로다. 다만 그 과정에 따라 책임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인천은 구단의 이익과 입장만 챙겼으며, 선수를 볼모로 내세웠다. 논란의 본질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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