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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홍콩 저격한 중화권 아이돌, 비난 쏟아지는 이유

입력 : 2019-08-19 15:00:00 수정 : 2019-08-19 17: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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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자유를 부정하는 자, 대한민국에서 누릴 자유는 없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화권 출신 아이돌이 일제히 중국 정부를 지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다발적으로 각자 SNS를 통해 공개 지지를 선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피 땀 흘려 싸우고 있는 홍콩 시민의 진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화권 아이돌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번져가고 있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엑소 레이, 갓세븐 잭슨 등 국내에서 데뷔해 중화권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화권 아이돌이 일제히 중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한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라는 글과 함께 오성홍기를 게재했고, 레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홍콩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홍콩 시민들을 대놓고 저격했다. 또 ‘오성홍기에는 14억 깃발 보유자가 있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등 문구를 통해 홍콩 시민들을 마치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 대만 출신의 라이관린과 홍콩 출신의 루카스, 잭슨은 자국의 안위는 온데간데없이 무력진압을 불사하는 중국 정부를 옹호하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라도 당한 듯, 중화권 아이돌의 일치단결에 의아함만 커지는 형국이다.

 

빈과일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발포하고 심지어 근접 거리에서 고무탄을 쏴 시위 중이던 한 여성이 한 쪽 눈을 실명하는 등 폭압적인 진압을 펼치고 있다.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 위해 지하철역 내부에서 최루탄을 쏘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이고, 시위대인양 사복으로 위장하고 잠입해 정보를 몰래 수집하거나 시위대를 체포하는 등 도를 넘는 행위도 자행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중화권 연예인들의 일탈 소식을 접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량한 시민들을 두고 ‘부끄럽다’는 글로 홍콩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 정작 저우룬파(주윤발), 류더화(유덕화), 량차오웨이(양조위) 등 홍콩 출신 연예인들은 문제가 될까 염려해 침묵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데뷔하고 활동 중인 아이돌은 SNS에 짧은 몇 마디를 올리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파렴치한(破廉恥漢)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자유를 탄압하는 중국 정부를 지지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왜 데뷔했고, 활동하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대중은 “중국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자유를 누린 자들이 자국민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맞는 행동이냐”고 지적하며 한국 연예계에서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의 행보 자체가 오류라는 것.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범죄다. 그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따라 중국 본토로 송환돼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벌어들인 수익도 중국 정부에 귀속돼야 하고, 자유는 더더욱 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은 그 누구보다 호의호식하고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못다 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다.

 

강압적인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수많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기 살자고 누군가의 앞잡이가 되는 것은 결코 명예롭지 못한 행동이다. 전 세계가 홍콩 사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이들의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유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홍콩 시민에게 뼈아픈 상처를 안겼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연예계 관계자는 “만약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 연예인이 우리 사정에 맞지 않게 이와 비슷한 취지의 돌출 발언을 했다면 아마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이라며 “이방인일지라도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이고 그곳을 유지하는 숭고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중화권 아이돌을 무작정 길러낸 국내 기획사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눈먼 돈을 공략하고자 투자를 받고 중화권 출신 아이돌을 대거 데뷔시켰지만, 결국 시한폭탄을 만들어낸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예계 관계자는 “중화권 아이돌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엑소 중국인 멤버인 크리스, 루한, 타오의 사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눈먼 돈만 바라보고 무분별하게 중화권 아이돌을 키운 기획사의 책임도 크다. 그들의 안일함이 잠재적 시한폭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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