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의 흥행 참패로 7월 한국 영화 관객수가 1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역사왜곡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불신을 안기면서 ‘한국 영화 여름 성수기 실종’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19년 7월 한국 영화사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 영화 관객은 334만 명으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관객이 38%(205만 명) 감소했다. 영진위 측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이달 2일 개봉하면서 경쟁력 있는 한국 영화가 개봉을 피했고,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부진한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7월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2004년 이후 최저인 15.2%였다.
반면 7월 외국영화 관객수는 역대 최고인 1858만 명을 달성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796만 명을 동원했고, ‘라이온 킹’(414만 명), ‘알라딘’(366만 명), ’토이스토리4’(113만 명) 등 흥행 1~4위가 외국영화였다. 한국 영화 1위는 ‘나랏말싸미’로 90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7월 한국 영화 흥행 1위 관객수가 100만 명 미만을 기록한 건 2004년 7월 ‘늑대의 유혹’(81만 명) 이후 15년만이다.
‘나랏말싸미’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 이유는 바로 역사왜곡이다.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은 세종대왕임이 학계의 정설인데, ‘나랏말싸미’는 신미 스님이 한글 창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다뤄 논란이 됐다.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 대중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고, 역풍을 맞으면서 흥행 참패를 맞게 된 것이다.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로 기대됐던 ‘나랏말싸미’가 무너지자 뒤이어 개봉한 한국 영화들도 흥행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 중에서 영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가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나, 극장가 최대 성수기란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와 다름없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나랏말싸미’의 흥행 참패로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2008년 이후 승승장구하던 한국 영화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며 “‘국뽕’ 소재는 무조건 흥행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보기 좋게 깬 영화가 바로 ‘나랏말싸미’다. 관객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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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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