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부상 꼬리표, 굿바이!
지난 4월 9일 류현진(32·LA다저스)은 세인트루이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2회말 2사 후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낸 뒤 자발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튿날 부상자 명단(Injured List·IL)에 이름을 올렸다. 우려가 컸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통산 아홉 번째 IL 등재였다. 왼쪽 내전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일만도 세 번째였다. 매년 반복한 같은 부위의 부상이었다. 류현진의 올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던 이유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류현진이 압도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는 시발점이었다. 정확히 10일 뒤 복귀한 류현진은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등판해 5⅔이닝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증명했고 시즌 첫 패를 떠안고도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콜로라도전까지 11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자발적으로 몸의 이상 징후를 느끼고 조기에 피칭을 중지한 덕이었다.
지난 2일 류현진은 다시 한 번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 시즌 두 번째, 통산 열 번째 부상자 명단행이었다. 원인은 목 담 증세였다. 신체의 중심 부위인 탓에 자칫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큰일이 아니었다. 문제로 이어지기 전에 로테이션을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한 결정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에이스 관리차원에서 일종의 10일짜리 휴가를 줬다.
이번에도 딱 열흘을 채우고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왔다.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챙겼다. 송곳 같은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찔렀다.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피안타 다섯 개 모두 단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 타선은 류현진을 쉬이 공략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류현진은 그간 건강과 관련한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15년 어깨와 팔꿈치 수술 이후 2년이란 시간을 허비했고, 당연히 사소한 부상에도 우려가 뒤따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자그마한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조금이라도 무리하지 않는다. 수년간 부상으로 고생하고 터득한 류현진의 건강 관리법인 셈이다. 올 시즌부터 전담 트레이너로 동행하고 있는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24시간 내내 옆에 붙어 있다. 베테랑 트레이너의 관리에 컨디션도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로테이션을 고려하면 류현진은 시즌 종료까지 약 6~8차례 선발 등판도 가능하다. 두 차례 부상자 명단이라는 진한 ‘보약’을 먹은 류현진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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