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SW의눈] ‘설마...’하는 안일함이 ‘호날두 노 쇼’ 사태의 시발이었다

입력 : 2019-07-31 04:59:00 수정 : 2019-07-31 10:13:0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축구회관 김진엽 기자]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

 

며칠이나 지났으나, 여전히 한국 축구계는 ‘호날두 노 쇼’ 사태로 시끄럽다. 이 논란의 시발(始發)점은 ‘설마’하는 안일함이었다.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8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6만 3천여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선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2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지만, 경기장은 썰렁했다. K리그 연합팀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치를 이탈리아 구단 유벤투스가 교통 체증으로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는 50여분 늦게 시작됐다.

 

유벤투스의 만행은 이게 다가 아니다. 경기 당일 오후께 부랴부랴 입국하더니, 팬 사인회를 돌연 취소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지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진짜 최악은 그다음이다. ‘45분 이상 출전’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몸 상태 이상으로 뛰지 않은 것. 경기장을 찾은 대다수의 팬은 그를 보러 왔지만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뒤통수를 맞았다.

 

후폭풍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눈앞에서 배신당한 팬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이번 사태를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추진 중이며, 자신을 피해자로 자칭하는 이번 친선경기 주최사인 ‘더 페스타’(대표 로빈 장)는 유벤투스의 사과를 받아내려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역시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세리에A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유벤투스가 잘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친선경기의 직간접적 당사자인 ‘더 페스타’와 연맹이 유벤투스의 막무가내 행동에 상처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이들의 안일함까지 이번 사태의 원인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 특히 연맹의 경우,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행위를 방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더 페스타’는 세계적인 구단인 유벤투스를 상대하기엔 규모도 작은 데다, 이런 대형 경기를 주최한 경험이 없다. 원활한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들이었으나, 연맹은 유벤투스라는 이름값만 믿고 친선경기 제안을 받아들였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 30일 주간브리핑을 통해 “우리도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열의를 보고 제안에 응했다”며 “유벤투스의 고위 관계자인 국제사업부의 마르티노 리몰디가 직접 연맹을 방문해 ‘가능하다’고 자신했고, 문제가 생기면 위약금 지급까지 약속해 초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의 확언에도 연맹 측 역시 찝찝함이 남았던 건 사실이다.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이라며 이 부분을 시인한 뒤 “(유벤투스가 공언했기에)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즉, ‘세계적인 구단인 유벤투스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본질이다. 변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최 측과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하거나, 그 변수를 통제하지 못할 것 같다면 초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한국 축구는 비슷한 경험을 지난 2010년에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스페인 구단 FC바르셀로나였다. 그때 스타는 호날두와 라이벌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32)였는데, 갑작스레 경기 전날 출전 불발을 알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잡음이 커지자 바르사는 메시를 후반 막판 15분 정도 뛰게 했으나, 이미 팬심은 돌아선 상태였다. 연맹은 가장 옆에서 그 사태를 지켜봤는데, 배운 게 없는 모양새다. 10년가량이 지난 지금도 해외 빅 클럽의 변덕이라는 변수는 고려치 않은 채, 여전히 안일한 마음뿐이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