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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포기하지마

입력 : 2019-06-19 14:21:58 수정 : 2019-06-19 14: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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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엄청난 천둥번개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비도 함께 쏟아졌는데요. 이번주 일기예보대로라면 주말까지 비소식이 좀 있네요. 개인적으로 비 내리는 날씨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소나기로 내리는 비를 보다가 문득 몇 년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날은 저희 신랑 생일이었는데요. 특별한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가 장소를 예약해놓고 비밀로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문제는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와, 함께 불고 있는 바람이었습니다.

 

예약한 장소가 바로 남산 위 N타워였거든요. 원래 계획은 남산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거였는데, 비 바람, 특히 바람 때문에 케이블카가 운행이 정지된 상태가 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장소를 고백하고는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저녁 장소를 찾으니 가고 싶은 곳들은 모두 예약 완료상태죠. 제 의도와는 달리 최악의 하루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울해 하기보다 그냥 부딪혀보자는 생각에 다시 예약을 살리고 무작정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항상 사람이 가득하던 케이블카 탑승장에 승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운행은 정지중이었지만 바람이 좀 잦아드는 느낌에 희망을 걸고 기다렸습니다. 그로부터 삼십분 후 저희는 기적같이 케이블카를 타고 무사히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예약이 모두 취소되서 식당엔 마치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저희 뿐이었습니다.

 

그날 N타워에서 바라본 풍경은 제 인생의 손꼽는 추억이 됐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비구름 덕분에 마치 구름 위에 앉아서 식사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신선놀음이란 말이 딱 떠오르더라구요. 그뿐인가요? 반대쪽은 구름이 흩어지면서 맑은 얼굴을 내민 대기 속에 한강과 빌딩들이 또렷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인간 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랄까요. 포기하지 않고 버텨서(?) 만들어 낸 최고의 하루였습니다.

 

“산다는 게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란 여행스케치의 노래 가사처럼 다음에 펼쳐질 일은 누구도 모르니까요, 지금 당장 힘들어도, 해결책이 없어보여도, 포기하지 말고 잘 버텨보는 것이 의외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전 지난주 U20 축구대표팀의 준우승도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행복이었답니다. 선수여러분,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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