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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21 14:09:08, 수정 2019-05-21 14:09:16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스타일만 구기고 실익은 없는 ‘비공인구’

    • 내게 골프볼 얘기를 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내가 골프볼 전문가가 아닌데도. 골프볼 회사에 한 동안 몸 담은 덕분이다. 모르는 것을 공부해서 답하다 보니 어느새 골프볼 지식이 늘었다. 그런데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최근에도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을 받았다. 즉답을 못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은 바로 ‘비공인구가 왜 공인구보다 더 멀리 나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설마! 그럴리가!’였다. 내 상식으로는 비공인구가 당연히 공인구보다 멀리 나간다. 비공인구는 공인구보다 크기가 작거나 더 무겁다. 둘 다인 경우도 있다. 더 작기도 하고 동시에 더 무겁기까지 한 경우. 더 작으면 같은 힘으로 때릴 때 더 멀리 날아간다. 더 무거워도 마찬가지다. 더 작으면서 더 무겁기까지 하면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상식이다. 화씨벽 칼럼 애독자라면 이미 들은 적 있는 얘기일 것이다.

       

      금시초문이라면 절대 애독자가 아니다. 애독자이긴 한데 가물가물 하다고? 그렇다면 앞선 화씨벽 칼럼을 찾아 보라. 몇몇 골프볼 업체로부터 미움을 산 바로 그 칼럼이다. ‘고반발 골프볼은 완구’라는 제목이었다. 스포츠 정신으로 골프볼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그 칼럼을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다시 오늘 질문으로 돌아가자. 더 작거나 더 무거운데도(혹은 더 작으면서 더 무겁기까지 한데도) 더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니? 이게 뭔 소리람? 다른 사람이 이 질문을 했다면 ‘말도 안 된다’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한 사람은 골프 전문기자다. 그는 호기심이 대단하거나 혹은 기자 정신이 투철했다.

       

      더 멀리 날아간다고 자랑하며 고반발(혹은 고반발임을 주장하는) 골프볼 업체가 보낸 그 볼을 실제로 실험해 봤다는 것 아닌가? 대단하다. 공인구와 비교했는데 더 멀리 날아가지 않더라는 것이다. 실은 오히려 덜 날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 기자는 자세한 실험 방법과 실험을 한 기관을 내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고반발(업체 주장에 따르면) 골프볼 메이커 이름은 귀뜸하면서도 공개는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나중에 기사를 쓰려고 그럴 것이다. 아니! 차마 기사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문제를 두고 골프볼 전문가인 엑스페론골프 김영준 대표를 찾았다. 김 대표는 놀랍게도 이미 답을 거의 알고 있었다. 비공인구인데도 공인구보다 더 멀리 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이다. 그가 내놓은 분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품질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비공인구를 생산하는 골프볼 업체는 ‘대부분’ 더 좋은 볼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비거리를 더 내고 싶어하는 골퍼를 유혹하기 위해 잔꾀를 내는데만 힘쓴다는 얘기다. 더 좋은 볼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도 소홀히 한다. 원가를 아끼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볼을 생산하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골프볼은 코어와 커버로 이뤄진다. 그럴듯한 포장 박스도 있지 않느냐고? 흠흠. 뜨끔하다. 하여간 원가를 낮추는데 급급하다 보면 더 싼 코어를 쓴다. 코어는 전문업체에서 받아다 쓴다. 단가를 낮추다 보면 품질이 떨어지는 코어를 납품 받을 수 밖에 없다. 질 낮은 코어란 무게 중심이 맞지 않거나 무게가 제멋대로인 제품을 말한다. 진구(완벽하게 둥근 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이런 저질 코어를 쓰면 어떻게 될까? 말 하나마나다. 골프볼이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엉터리다. 지금 저질 코어를 쓴 볼 애기를 하고 있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편심이 심하다. 편심이란 볼 코어가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볼이 짱구라는 얘기다. 심한 짱구일수록 비행할 때 방향성이 나빠진다.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니 볼이 날아가다가 곧 한쪽으로 기운다. 그러면 볼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회전 방향을 급격히 바꾼다. 이 때 탄력을 크게 잃는다. 멀리 날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편심 탓만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또 있다. 비공인구는 기술력은 애초에 부족하기 때문에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딤플도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딤플에 담긴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슷하게 흉내만 내면 어떻게 될까? 비행 때 비효율이 나는 딤플을 달고 나올 수 밖에. 차라리 유명 업체가 과거에 쓰던 딤플 중에 특허가 이미 끝난 것을 채택하는 지혜라도 있으면 나으련만. 참! 비공인구 중에는 공인 규격을 만족하면서도 여러가지 이유로 공인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비공인구와 구분하기 위해 미공인구라고 부르기로 하자. 미공인구는 아직 공인을 받지 못했지만 절차를 거치고 비용만 치르면 언제든 공인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비공인구는 절대 공인을 받을 수 없다. 애초에 제대로 만든 골프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이런 비공인구를 ‘완구’로 취급한다. 비공인구를 쓰다간 실속은 차리지도 못하고 스타일만 구길 수 있다는 것을 독자가 안다면 나는 또 욕을 먹어도 좋다.

       

      김용준 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경기위원/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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