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아 저 괜찮아요! 나갈게요!”
황재균(32·KT)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완투’했다. 팀 사정상 휴식은 꿈도 꾸지 않았다. 체력 안배는 고참 유한준, 박경수가 우선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에게서 무언의 메시지를 받은 황재균은 “언제든지 나갑니다!”라며 글러브를 챙겼다.
리그 전체 내야수 중 가장 많은 이닝(21일 기준 398⅔이닝)을 소화했다. 전체 야수로 범주를 넓혀도 멜 로하스 주니어(405⅓이닝)에 이은 두 번째다. 시즌 초반 슬럼프를 겪은 뒤로는 타격과 수비에 전력을 쏟았다. 아무리 ‘철인’이라는 별칭이 좋아도 몸에 쌓이는 피로는 피할 수 없을 터. 이강철 감독은 지난 17일 황재균, 박경수, 유한준 등 주전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KT는 4연승을 달리던 중이었다. 전력을 쏟아도 모자를 판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호흡을 길게 뒀다. ‘오늘보다는 다음주, 그리고 다음 달을 보자’라는 판단이었다. 갑작스레 휴식을 얻은 선수들은 반신반의했다. 서로 “우리 진짜 쉬어도 되는건가”라고 되물었을 정도다.
혜안이었다. 연승은 깨졌는데 이튿날 다시 승리를 챙겼다. 주축 선수들은 체력까지 회복했다. 단 한 경기일지라도 분명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됐다. “감독님이 항상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한 번만 더 나가라는 눈빛을 보냈다”고 웃어 보인 황재균은 “‘저 괜찮아요! 나갈게요!’라고 말하고 나가긴 했는데 사실 조금 힘들었다. 마침 감독님이 휴식을 준 덕에 정말 잘 쉬었다”고 털어놨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T는 시즌 초반에 반등했다가 떨어지는 패턴이었다. 당장 추락을 면하기 위해 1승이 급했다. 반면 올 시즌은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오르고 있다. 이 감독의 배려가 장기적인 계산을 가능케 한다. 황재균은 “사실 연승 중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며 “결과가 나오고 보니까 감독님의 선택이 옳다는 걸 느꼈다. 정말 팀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말 다 내려놨다.” 욕심도 버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 성적에 어느 정도 비중을 뒀다면 이젠 온전히 팀 승리만 바라본다. “예전에는 내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컸다”며 “이제는 4타수 무안타여도 팀만 이기면 된다. 감독님이 만든 우리 팀의 변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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