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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in 전주] ‘국도극장’ 전지희 감독 "배우들 열정으로 완성… 관객들 공감해주길"

입력 : 2019-05-05 12:54:35 수정 : 2019-05-05 12: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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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전주=윤기백 기자] 전지희 감독의 첫 연출작 ‘국도극장’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인 ‘국도극장’은 만년 고시생 기태(이동휘)가 정도 없고 희망도 없던 고향에 돌아와 만나는 뜻밖의 위로를 그린 작품이다. 상처뿐인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초라하게 고향으로 돌아온 기태가 밤낮없이 술에 취해 있는 간판장이 오씨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지희 감독은 ‘국도극장’을 통해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며 정식으로 입봉했다.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전 과정을 도맡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국도극장’은 오랜 시간 푹 끓여낸 사골국처럼 담백한 매력으로 가득 찼다. 이동휘, 이한위, 신신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가 사람 냄새를 은은하게 풍겼고, 보면 볼수록 공감되는 스토리가 보는 내내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순박함이 느껴지는 로케이션은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게 하는 묘한 힘을 지녔다. 배우, 스토리, 로케이션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을 뿐 아니라, 전지희 감독의 담백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전지희 감독은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어렸을 때 구상했던 단편영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극장 간판을 직접 그리지 않았나. 한 배우 지망생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우연히 문 열린 미술실에 들어가서 주인공 얼굴에 자기 얼굴처럼 점을 찍고 나오는 이야기를 구상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발전시켜 지금의 장편영화인 ‘국도극장’이 탄생하게 됐다”고 영화의 모티브를 설명했다. 

 

전지희 감독의 머릿속에 있었던 이야기는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을 만나 현실화됐고,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한 편의 장편영화로 완성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영화를 연출한 전지희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영화계에 몸을 담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영화로 제작될 것이란 생각도 안 해봤고, 자가치유처럼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다”면서 “감사하게도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영화의 주 배경으로 벌교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전지희 감독은 “주인공 기태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에 올라갔지만, 결국 실패의 맛을 본 뒤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지 않나. 유배 가는 느낌처럼 서울과 많이 떨어진 곳을 찾아야만 했다”며 “지도를 보면서 어디가 좋을까 찾던 중 벌교가 눈에 들어왔다. 시골적인 느낌도 있고, 서울과도 많이 떨어져 있어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도극장’이란 영화 제목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배경에 대한 레퍼런스가 있어야 했다. 폐관된 극장을 찾아보니 ‘국도극장’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지방마다 ‘국도극장’이란 이름의 극장이 있었고, 전북 군산에도 있더라. 처음엔 군산을 주 배경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군산보단 조금 더 먼 곳이 좋을 것 같아 벌교로 했다. 또 ‘국도극장’이란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좋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동휘, 이한위 그리고 신신애까지 캐스팅에 얽힌 뒷이야기도 들어봤다. 전지희 감독은 먼저 이동휘에 대해 “캐스팅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동휘 배우가 먼저 연락을 줬다. 시나리오를 보고 연락을 준 것인데, 실제로 만나보니 기태 역에 딱 맞는 것 같아 바로 캐스팅을 결정했다”며 “평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다. 그중 ‘응답하라 1988’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드라마 속 이동휘의 이미지가 ‘국도극장’의 기태와 아주 잘 맞더라.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진지했고, 자기 주관도 뚜렷해 캐스팅을 안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열정이 대단했다”고 이동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기태의 엄마 역에는 배우 신신애가 캐스팅됐다. 전지희 감독은 “앞서 말한 것처럼 텔레비전을 자주 안 봐서 신신애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가 전무했다. 사람들은 ‘세상은 요지경’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 속 신신애 선생님의 담백한 연기만 떠올랐다”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신신애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기쁜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신신애 선생님께도 굉장히 열정적이셨다. 캐릭터 분석도 직접 다 하시고, 우등생처럼 디렉션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해주셨다”면서 “각 인물에 대한 공감도 많이 해주셨다.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도 항상 응원해주고 계신다”고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간판장이 오씨 역을 연기한 이한위 배우에 대해 전지희 감독은 “나는 이한위 선생님의 밝은 이미지를 몰랐다. 어깨가 축 처진 뒷모습을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이미지가 극중 오씨 역에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실제로 만난 이한위 선생님은 굉장히 재밌고 다정다감한 분이었다. 츤데레 매력이 있는데, 그런 츤데레 매력이 극중에도 잘 묻어난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웃음기 가득한 이동휘, 이한위, 신신애 세 배우에게 진중한 얼굴을 꺼낸 전지희 감독의 선구안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전지희 감독은 “배우분들이 워낙 시나리오에 대한 애정이 컸고,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해주셔서 좋은 얼굴과 연기를 담을 수 있었다”고 겸손해하며 “심지어 이한위 선생님은 따로 시간을 내서 사투리 감수도 해주셨다. 배우분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국도극장’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 중국집 주전자 신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지희 감독은 “해당 장면에서 가족 싸움이 살벌하게 일어난다. 싸움만 보여주면 관객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고 밝히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처럼 보일 수도 있다. 관객들을 멀리 떨어트리고 싶었고, 누구나 있는 가족간 갈등을 심각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장면에선 피식피식 웃음이 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싶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끝으로 전지희 감독은 “기태가 어느 순간부터 벌교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겉으로 부정하지만 속으론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려 하고, 기태는 또다시 외로운 존재가 되어버린다”면서 “궁극적인 평화와 행복, 구원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한단계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한 의미를 관객들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명했다. 또 전지희 감독은 “영화 ‘국도극장’은 공감의 힘이 있는 영화다. 나도 그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현재 나는 마음의 평화를 잘 유지하면서 살고 있을까를 한 번씩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관전팁을 전했다.

 

한편,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전주시 영화의 거리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비롯해 전 세계 52개국 영화 262편(장편 202편·단편 60편)이 상영된다. 영화 ‘국도극장’은 오늘(5일) 오전 10시30분, 8일 오후 6시에 만나볼 수 있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명필름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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