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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스마트 인터벤션] 극심한 생리통, ‘자궁선근증’ 탓?

입력 : 2019-04-10 03:00:00 수정 : 2019-04-09 09: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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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흔히 생리통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생리통을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기보다 하나의 ‘현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해야 할 생리통도 분명 있다. 초경 무렵 호르몬 불균형으로 스쳐가는 생리통이 아니라 매번 한달에 한번씩 전쟁을 치르는 듯한 고통이 이어진다면 병원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생리통이 너무 극심해 실신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 내원한 송모 씨(40)는 10년간 생리통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생리통 때문에 거리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응급실 신세를 진 것도 여러 번이다. 원인은 ‘자궁선근증’이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육층 내에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통칭한다. 이는 극심한 생리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여성질환 중 하나다. 잘 알려진 ‘자궁근종’이 혹이라면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자궁조직 내에 침투해 자궁이 두꺼워지거나 커지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10㎝ 이상으로 커지기도 한다.

 

자궁조직에 박힌 자궁내막 조직으로 인해 자궁이 항상 부어 있는 양상을 띤다. 이런 현상은 월경 무렵 더욱 악화돼 자궁이 팽창되며 참을 수 없는 생리통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생리과다, 부정출혈까지 동반돼 치료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생리대를 끊임없이 갈아도 부족하고, 이조차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이로 인해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잖다.

 

치료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혹을 떼어내면 마무리되는 자궁근종과 달리 알알이 박힌 조직을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궁적출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진 바 있다. 문제가 되는 자궁 자체를 없앰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자궁을 절제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초산연령이 늦어진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자궁 자체가 여성성을 상징하는 의미있는 기관으로 여겨지면서다. 과거 의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는 기관을 제거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상실감까지 보듬을 수 있는 전인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자궁선근증이 경미한 정도라면 자궁내피임장치인 ‘루프’를 활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루프는 자궁 안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성분(황체호르몬)을 서서히 방출해 피임효과를 일으킬 뿐 아니라 특별한 부작용 없이 생리량을 줄이고 기간도 짧아지도록 유도한다. 한번 시술로 5년 정도 효과가 이어진다. 다만 엉성하게 받거나 선근증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 루프가 체내에서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근본적인 자궁선근증 치료법이 아니다. 루프는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일시정지’ 시키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정도가 극심한 경우,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인 ‘자궁동맥 색전술’이 도움이 된다. 색전술은 말 그대로 혈관을 막아 치료하는 방법을 비절개적 시술을 통칭한다. 이 중 자궁동맥 색전술은 자궁내막조직의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자궁선근증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게 목표다. 절개 없이 가느다란 주사로 주입되는 색전제는 선근증이 있는 위치로 퍼져 붓고 커진 자궁을 다시 가라앉힌다. 입원기간도 1~2일 정도로 짧고, 혈관이 차단되는 동안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생리통 느낌의 통증 이외에는 별다른 아픔도 없다.

 

이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연간 2만례 이상 이뤄지는 대중적인 치료다.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금요일 자궁동맥 색전술을 받고, 바로 차주 월요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시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빠른 치료시간과 회복으로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시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 씨 역시 자궁절제술을 꺼려 치료를 하지 않고 버텼지만 색전술을 알게 된 이후 적극 치료에 나섰다. 결과는 ‘대 만족’.

 

자궁선근증은 생리통, 생리과다 등 여성의 일상생활을 매달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이를 겪고 있다면 훌륭한 치료법이 많이 나온 만큼 과거처럼 무작정 자궁을 절제하거나, 참을 필요가 없다. 송 씨 역시 ‘치료 전’과 ‘치료 후’의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김재욱 민트병원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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