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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의 유통잡설] 늘어가는 새벽배송 경쟁에 소비자는 ‘소음과 전쟁’ 중

입력 : 2019-04-02 03:00:00 수정 : 2019-04-02 09: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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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택배 배달시 수레 끄는 소리에 잠을 깨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택배 배달시 수레는 엘리베이터 근처에 두시고 배달 바랍니다’. 최근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새벽배송 소음을 문제삼는 게시글(사진)이 붙었다. 이 내용이 담긴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댓글 창에는 새벽 배송 소음과 관련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과거 택배 차량의 아파트단지 진입 불가 이슈와 새벽 배송 소음 문제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저 아파트는 배송을 못 받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난 여론보다 “새벽 배송이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할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더 컸다.

마켓컬리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새벽 배송 전쟁은 쿠팡, 이마트 등 타 업체들이 가세하며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교통체증이 없는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출근 전 신선 식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새벽 배송 서비스는 온라인 커머스의 패러다임을 ‘최저가’에서 ‘속도전’으로 바꿔놨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4000억원으로 약 40배 늘어났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111조 8939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거의 모든 유통 채널이 관련 서비스를 내놓거나 검토를 하고 있어 새벽배송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새벽 배송의 문제점은 환경 파괴, 출입 시 보안 문제, 배송원의 안전과 워라벨로 압축된다.

과대포장으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는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새벽 현관앞에 놓인 제품을 보면 반가운데 포장을 해체하며 죄책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마켓컬리는 최근 보냉박스를 친환경 재질로 바꾸고 배송에 사용된 박스와 아이스팩을 다음번 배송 시 수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최근 기자가 직접 이용해본 결과 현관 앞에 내놓은 보냉박스와 아이스팩이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냉동식품을 배송하는 스티로폼 박스를 다른 재질로 바꾸기 어려운 것도 새벽 배송 서비스 업체들의 고민이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정책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동 주택에 함께 하는 이웃들이 불안해 하며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비실로 물건을 배송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경비원에게 새벽 배송 증가는 재앙이다.

배송원들의 안전과 워라밸 문제도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새벽길을 누비는 배송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며 정상적인 라이프사이클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이다. 출근 시간 이전 배송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운전을 서두르다 보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마켓컬리 CF에 등장하는 전지현은 “퀄리티 있게 새벽 배송”을 외친다. 소비자가 원하는 ‘퀄리티’와 마켓컬리가 생각하는 ‘퀄리티’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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