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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정태영 현대캐피탈 구단주 ‘철학’… ‘배구 트렌드’ 선도하다

입력 : 2019-03-28 06:00:00 수정 : 2019-03-28 09: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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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우승에 연연하지 마시고, 팬들이 즐거워하는 배구를 보여주세요.”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이자 구단주의 ‘배구 철학’이 V리그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성적도, 배구문화도 모두 선도하는 명가로 거듭났다.

 

시즌이 한창이었던 지난 2월이었다. 스포츠월드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을 인터뷰하기 위해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찾았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연패에 빠져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많은 고민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남달랐다. 단순히 연패 때문이 아니었다. 최태웅 감독은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즐거운 배구를 보여드리지 못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웅 감독이 이처럼 말한 이유는 바로 정태영 구단주의 ‘배구 철학’이 영향을 미쳤다. 정태영 구단주는 배구 사랑이 각별하다. 그러나 성적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다양성이 모여 하나 될 때, 탁월한 조직이 완성된다’는 기업 문화를 배구단에도 적용했다. 성적이 중심이 아니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배구단, 다양한 선수가 모여 하나를 이뤄 팬과 함께 나누는 배구를 강조했다.

 

신현석 현대캐피탈 단장은 “배구는 감독과 선수들이 한다. 프런트는 감독과 선수가 자유롭게 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면 된다. 말 그대로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프런트 역시 팬들이 배구를 더 즐길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존재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현석 단장은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부임한 이후 최태웅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인 선수, 외국인 선수 선발의 전권을 줬고, 여기에 선수 연봉 협상권까지 모두 감독에게 부여했다. 현재 V리그에서 이처럼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한 케이스는 없다. 몇몇 구단은 감독과 프런트의 힘겨루기에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만큼은 이러한 흔들림이 전혀 없다. 

 

승리 수당 제도도 없다. 프로스포츠 구단에는 승리 수당이 있다. 중요한 경기에 승리 수당을 걸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한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다르다. 승리 수당 대신 포상금제만 있다. 패배했더라도 ‘팬이 즐거웠던 경기,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한 경기’에는 수당을 지급한다. 패했다고 해서 승리 수당이 없어지는 일이 없으니,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포상금 지급 여부도 감독에게 권한이 있다. 

 

김성우 현대캐피탈 사무국장도 “구단주께서 ‘우승보다는 팬들이 즐거워하고, 선수들이 즐기는 배구를 해주세요’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현대캐피탈이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고, 지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두가 정태영 구단주의 철학이 배구단 전체에 녹아들어 있기에 가능했다.

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은 ‘리딩 컬쳐(Leading Culture)’ 배구단으로 불린다. 현대캐피탈 임원은 훈련장이나 배구 코트에 한 번도 나선 적이 없다. V리그에는 아직도 경기 후 흔히 말하는 VIP들이 코트로 내려와 선수를 도열하게 하고 인사를 나눈다.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에서 가장 먼저 이 관행을 삭제했다.  

 

프런트 소통도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었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우리는 ‘노(NO)’라는 대답이 없다. 일단 모두 예스(Yes)라고 답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힌다. 모든 예스가 예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노를 외치는 것은 서로 직무유기”라고 답했다. 현대캐피탈의 홈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벤트들 대부분 사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은 연고지 천안시에 깊숙이 녹아들었다. 모기업 광고와 홍보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연고지 기업이다. 이마트와의 업무 협약도 천안점과 직접 맺었다. 천안시 지역 기업인 아라리오 야우리시네마와 공동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연고 지역의 기업들은 현대캐피탈은 ‘우리 구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철학은 스토리를 만든다. 스토리를 문화를 형성하게 한다. 그 문화는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진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성적과 문화를 모두 잡았다. 정태영 구단주의 ‘철학’이 프런트-선수단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현대캐피탈,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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