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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성장 안마의자' 정말 믿을 수 있나요

입력 : 2019-03-19 03:00:00 수정 : 2019-03-19 09: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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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마사지가 성장판 자극한다” / 바디프랜드 ‘하이키’ 판매 불티 / 임상자료 없고 과학적 검증 안돼 / 스트레칭·온찜질로도 대체 가능 / 공정위, 과장광고 위법여부 검토

[정희원 기자]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키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이가 남들보다 우수한 외형을 지니길 소망하는 것은 어떤 부모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키성장의 핵심 포인트는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운동 등 ‘후천적 환경’이다. 유전은 23%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키성장 시장은 점점 확장세다. 수많은 기업이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양제나 간단한 운동 소도구가 차지하는 지분이 크다.

◆바디프랜드, 커지는 키성장 시장에 도전장

최근엔 헬스케어 기업 바디프랜드도 키성장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설 대목 무렵을 앞둔 지난 1월 초, 이 회사는 꾸준히 사용하면 키가 커진다는 소아·청소년용 마사지 의자 ‘하이키’를 선보였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키’를 전면에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안마의자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하이키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특화된 성장마사지와 무릎 스트레칭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키 120~170㎝라면 누구나 쓸 수 있어 초등학교 2~3학년 무렵부터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389만원, 렌털 시 최대 월 11만 원대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지난 1월 하이키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키는 성장판을 자극하는 마사지로 키 성장을 돕는다”며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에 회사의 기술개발 역량이 총동원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389만원 고가, 최대 월 11만 원대 … 효과입증 임상자료는 ‘無’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오리무중이다. 이제 고작 출시 2개월째를 맞아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올 때는 아닌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뿐 아니다. 바디프랜드는 ‘세계최초 성장판을 자극하는 마사지 의자’를 표방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마사지 의자를 사용한 뒤 아이의 키가 성장하면 ‘땡큐’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운이 좋지 않았던 탓’인 셈이다.

바디프랜드의 피로를 풀어주는 용도의 기존 안마의자는 일반 가전으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최근 선보인 ‘하이키’의 경우 일정한 자극을 가해 키를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반 가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더욱이 마사지로 ‘성장판을 자극’한다는 문구는 의료적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쓰였다간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바디프랜드 측은 간담회 당시 ‘구체적인 수치로 효과를 설명할 자료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이를 결과로 입증하기 위해 의료기관 2곳에서 임상시험에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통계는 내년에 나와 현재로써는 ‘특정 기간 동안 해당 제품을 특정 횟수 쓴 아이가 얼마나 키가 컸는지’와 관련된 수치는 전무하다. 바다 프랜드 측은 이에 대해 하이키는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임상시험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중이다. 만약 그렇다면 ‘키크는 데 효과적’이란 문구는 배제하는 게 맞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디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전에는 연구수준을 알기 어려운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또 연구진이 실험군과 대조군 속 아이들의 생활환경까지 통제키는 어렵다. 키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만큼 동일한 조건 속에서 실험에 나서야 보다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다. 만약 제각각 다른 생활습관을 지닌 아이들이 하이키를 활용해 키가 크더라도 이 아이들이 하이키 때문에 키가 큰 건지, 다른 요소 때문에 성장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A모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면 인위적으로 성장판 주위를 안마하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이로써 무조건 키가 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광고”라며 “실질적인 키성장 효과를 입증하려면 두 곳의 연구결과뿐 아니라 후속연구에서도 반복적인 효과가 있다는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키 효과, 기존 스트레칭·온찜질로 동일하게 누릴 수 있어

하이키는 다리 성장판 주위를 자극하는 ‘하체 쑥쑥’과 척추 성장판 주위를 자극하는 ‘상체 쑥쑥’, 상·하체를 동시에 마사지하는 ‘전신 쑥쑥’으로 구성됐다. 주로 무릎 상부·골반 등을 고정하고 척추와 무릎 옆 성장판을 자극한다. 또 온열효과로 성장판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 성장을 촉진한다는 게 바디프랜드의 설명이다. 성장판 주변부를 마사지함으로써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기존 논문들에서 입증의 근거를 찾았다는 게 근거다.

B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무릎을 늘리고 당겨주는 하이키의 마사지 방법이나 온열효과를 봤을 때, ‘굳이 이걸 고가의 마사지 의자에서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정도의 기능이라면 부모와 함께 운동하고, 스트레칭하며, 온찜질·성장 마사지를 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인 것은 물론 아이와 부모와의 교감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성장판 부근을 압박하고 따뜻하게 한다고 해서 성장판이 자극되거나, 이로 인해 키가 반드시 크는 것은 아니다”며 “하나의 마케팅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 진료에 나서는 C모 한의사는 “키성장 안마의자 등을 사려는 부모 중에는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특정 기기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다만 이에 앞서 아이에게 주어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밤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도록 하며, 충분히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챙겨주는 게 키성장에는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주요 타깃층은 시니어 …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공략

이런 상황에서 바디프랜드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구매 욕구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지속적인 PPL에 나섰다. 이뿐 아니라 론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마의 배경이 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성장연구소’를 차렸다. 현재 이곳 주요 소비자는 강남구 시니어 세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72) 부부는 최근 손주의 생일선물로 하이키를 구매했다. “바디프랜드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데다가, 열심히 쓰면 키가 큰다고 하니 또래보다 조금 작은 듯한 손자를 위해 이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주요 소비층인 시니어 세대에게는 연구결과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더 크게 다가오는 만큼, 이들은 큰 의심 없이 제품을 구매한다.

◆공정위, 하이키 과장광고 여부 검토 중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하이키를 사용하면 청소년의 키가 자라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한 데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위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바디프랜드가 과학적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하이키를 섣불리 출시한 것에 대해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시각을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 올해 상반기 내 상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바디프랜드 관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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