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당황스럽지만, 신중하게 논의하겠다.”
개막이 코앞인데, 주전 선수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프로야구 한화 관계자는 16일 “외야수 이용규가 15일 구단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용규는 시범경기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1일 한용덕 한화 감독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했다.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도전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어떤 구단의 콜도 받지 못한 이용규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인 1월31일 2+1년으로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연간 4억원 등 최대 2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용규는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용규는 잇단 인터뷰 요청에도 “실력으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이후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정중하게 고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훈련에 임했다.
한용덕 감독 역시 이용규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즌을 구상했고, 이용규-정근우-호잉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을 구성했다. 타선에서도 짜임새를 가져왔다. ‘강한 2번’ 타자라는 흐름을 접목해 2번에 신인 거포 노시환 또는 송광민을 배치하면서 상대 투수에 압박을 주기로 결정했다.
세이버 매트릭션 톰 탱고가 발표한 ‘The Book’에 따르면 2번 타자에는 장타율이 좋은 강한 2번을 배치할 경우 9번에 장타율은 떨어지지만, 출루율이 좋은 선수를 배치해야 효과적이다. 한용덕 감독 역시 이용규를 9번에 배치해 9-1-2번에 이용규-정근우-송광민(노시환)이 1-2-3번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상했다.
이 모두 믿음에서 나왔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범경기를 치면서까지 배테랑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자신의 것은 내려놓고, 팀을 위해 건강한 경쟁을 불러온 덕분이었다. 정근우는 중견수로 변신했고, 김태균도 “잘하는 사람이 출전해야 한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라며 묵묵히 훈련했다. 덕분에 시즌 준비를 세심하게 할 수 있었고, 시범경기에서도 3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에 혼란에 빠졌다. 한용덕 감독 역시 시즌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구단 측에서도 이용규가 왜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인지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한화 관계자는 “일단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시간이 없다. 당장 다음 주면 시즌 개막이다.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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