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류시현의 톡톡톡] 겨울나그네 김병오

입력 : 2019-01-30 11:37:40 수정 : 2019-01-30 11:37:4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산으로 갯벌로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더 좋아했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막내로 태어나 항상 형들의 신발만 물려 신었던 그는 16살에 처음으로 새 신발을 갖게 됐습니다. 신문 배달을 해서 돈을 모았거든요. 아쉬울 것 없이 행복했던 소년이 ‘가난’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였습니다. 부모님께서 학비가 없다고, 정비사 자격증을 따서 돈을 벌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해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부모님과 타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도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쯤이었을 겁니다. 노래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노래를 배우기 위해 학교 중창단과 교회 합창단에 갔습니다. 그리고 병원 봉사를 하는 중창단에서 실전무대도 경험했습니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하루 13시간 넘게 일하는 고된 하루였지만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처럼 노래를 잘하는 녀석이 성악가가 되어야지 뭐하고 있느냐’란 선배의 말 한마디에 그는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마치 ‘겨울 나그네’가 ‘밤인사’를 하고 험난한 여행을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첫 번째 도전실패 후 만나는 가족들의 비난은 그저 여행을 시작하는 차가운 바람 정도였습니다. 새벽 신문배달, 우유배달로 시작해서 오후까지 돈을 벌고, 밤이면 눈 비비고 공부했습니다. 욕심이 지나쳤던 것일까요. 어느 날 그는 픽 쓰러졌습니다. 급성폐렴. ‘백발의 머리’의 ‘겨울나그네’처럼 정말 죽고 싶기까지 했던 고통의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를 반대하기만 하셨던 미운 아버지가 사실은 그를 응원하고 계셨고, 도와주지 못함에 눈물 흘리셨단 사실을 알게 되고 그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여정이 시작된 지 6년 만에, 그는 25살 새내기로 연세대학교 성악과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은 여행 중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었습니다. 노래하는 건 좋았지만 다른 공부도 어렵고, 등록금과 생활비는 정말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새로운 희망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겨울나그네’가 ‘손풍금 돌리는 노인’을 만나 삶의 희망을 얻고 동행을 제안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이제 아내이자 인생의 동행이 된 희망의 손을 꼭 잡고, 그가 그렇게 꿈꿔왔던 성악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겨울여행보다는 봄날의 여행이길 바래보며 그를 응원합니다.  

 

1월 29일 테너 김병오의 독창회 ‘겨울나그네’를 다녀와서…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