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스타★톡톡]‘붉은달 푸른해’ 김선아 “손톱만큼도 틈 없는 대본…안했다면 후회 했을 것”

입력 : 2019-01-29 17:23:20 수정 : 2019-02-02 15:47:1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김선아가 ‘붉은달 푸른해’가 남긴 깊은 여운을 되짚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그였지만, 국내외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와 밀린 일정을 소화하느라 쉬지 못했다. 하지만 김선아는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나은 듯하다”며 미소지었다. 

 

 이달 초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붉은달 푸른해’는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극중 김선아는 아동 상감사 차우경을 연기했다. 착한 딸, 성실한 아내, 좋은 엄마로 살아온 그의 앞에 녹색 옷을 입은 소녀가 나타나고 소녀의 흔적을 뒤쫓으며 지독하게 끔찍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인물. 배우들도, 시청자도 궁금해 하던 ‘붉은 울음’의 정체가 밝혀졌지만 그 뒤로 남겨진 메시지와 현실이 너무도 씁쓸했던 작품. 그렇게 ‘붉은달 푸른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췄고, 깊은 여운을 남긴 채 종영을 맞았다.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선아는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녹색 옷을 입은 소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 아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난다”는 그는 “아무리 연기지만 세상에 이렇게 슬픈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처음 교통사고 신을 찍었을 때도 그랬고, 마지막 장면도 그랬다. (이 감정이) 조금 오래 남을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추리 소설 같았다. 순식간에 읽혔다. 그런데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어려워지더라. 모든 사람이 연관되어 있고, 꼬리의 꼬리를 물고 가다보니 내 과거와 사람들의 관계까지 전부 다 파헤쳐야 했다.(웃음) 나도 같이 추리하면서 가는 시간들이 힘들었지만 재밌기도 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 이후에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었는데.

 

“사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대본을 보기 전부터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정하면 안되는 거였는데.(웃음) 제목부터 ‘심쿵’했다. 멜로 느낌이 강하지 않나. ‘누가 먼저 키스 하냐’ ‘나는 먼저 하기 싫다’며 설레발을 쳤다.(웃음) 밝은 멜로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프로듀서 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슬픈 스토리인 것을 알았다. 초반에 반은 웃겼다가 슬펐다가 ‘이게 뭐지?’ 했다. 시놉시스를 보고 나니까 ‘큰일났다’ 싶더라. 누군가에겐 평범한 말이지만 그 드라마의 ‘키스 먼저 할까요’의 의미는 너무 슬프더라.”

 

-‘붉은달 푸른해’ 또한 무거운 작품이었다. 잘 선택한 것 같은가.

 

“안했으면 진짜 후회했을 것 같다. 나에게 대본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대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손톱만큼의 틈도 없는 대본이었다. 더군다나 14부까지 구성안이 다 끝나있는 작품이었다. 대본을 너무 빨리 주셔서 오히려 ‘천천히 달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지헌(이이경)의 대사도 너무 많아서 서로 대화의 시간도 없더라.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면 큰일 나는, 공부를 많이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이경의 출연 소식을 듣고 너무 잘 어울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과의 호흡도 다 잘 맞았다. 특히 배우들 간의 호흡이 이런 것이구나 몸소 보여준 김영재 배우다. 정말 감사하다. 공교롭게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예지원 씨 남편 역으로 나오셨더라. 상황이 웃겨서 ‘왔다갔다 한다’고 놀리기도 했다. 자신의 역할에 애정이 넘치는 배우였다. 바람이 난 후 사람들이 너무 미워해서 ‘내가 붉은 울음이 돼야겠다’고 하기도 했다고. ‘붉은달 푸른해’는 아픈 이야기를 그렸지만, 그 안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았다. 김여진(동숙 역) 선생님도 그렇다. 연기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봤다. 지금도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아이들과의 호흡은.

 

“감독님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디션을 어떻게 보신 거냐고. 얼굴만 봐도 딱 그 배역인 아이들이었다. 촬영장 스태프들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친구들이었다. 어쩜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우는 신도 많고 무서운 신들도 많은 어려운 드라마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아이들을 잘 케어해 주셔서 현장에서 항상 밝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역 배우들이 이만큼 해줬기 때문에 우리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로 마무리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회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의 말씀을 100% 신뢰한 작품이었다. 다만 마지막 회 촬영에서는 의견을 냈다. 원래 대본에서는 엄마와 대화를 하며 마무리됐다. 동생의 시체를 봤는데 엄마와 대화만 하면 내가 용서가 안 될 것 같아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분노를 느낄 때마다 녹색 소녀가 내 앞에 나타났는데, 그 마지막 분노가 과연 어디서 나타나야 할까 하는, 그렇다면 이 아이를 발견한 지금이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우경의 분노가 일어나게 된 이유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생을 30년동안 묻어 놨는데 말로만 넘어간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죽었다 깨도 (동생의 시체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바닥을 파는데 너무 차가웠다. 사람을 이런 곳에 묻고 그 공간에서 생활을 했다는 게..말이 나오지 않더라. 화가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장면이 수정됐다.”

 

“어쩌면 너무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은호가 죽은 등대 앞에서 ‘용서는 했냐’는 물음에 ‘아직은 아니다. 앞으로도 모르겠다’고 말하며 ‘우리 은서가 할머니를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그런 게 살아있음의 기회고 가능성인 것 같다고 말이다. 내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 엄마를 너무 좋아한다는 점. 용서는 모르겠지만 일단 참고는 살아야 한다는, 말도 안되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표현에 더 가슴이 아팠다. 극 중에서 살인자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로서, 동시에 시청자로서 가슴 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는데.

 

“수상도 너무 기뻤지만, 무거운 드라마를 촬영하며 아주 잠깐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노래도 듣고 좋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대상까지 수상하면서 내가 봐도 황당한 상황이었다.(웃음) 위로 받는 느낌이어서 많이 들떠있었던 것 같다. 사실 다음 날 너무 중요한 촬영이 있었다. 은호의 마지막 신을 촬영하기 위해 시상식이 끝나자 마자 바로 넘어가야했다. (시상식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긴장하고 있다가 잠시 잊고 사진도 찍고 노래도 따라 부르다가 보니 3관왕을 차지하게 됐다.(웃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대상을 받는데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더라. 앞으로는 그 시간을 조금 줄여야겠다 싶었다. 후보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흘렀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베스트 커플상도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3년 만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을 받아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동시에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굳피플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