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나섰던 벤투호가 부상 악령에 무릎을 꿇었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1960년 이후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후보 1순위’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벤투 감독이 지난해 8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까지 총 A매치 11경기(7승 4무) 무패 행진을 이어온 만큼 기대감은 나날이 커졌다. 하지만 본 대회가 진행될 수록 핵심 선수가 하나둘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쓰디쓴 1패를 떠안게 됐다.
대회 준비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종엔트리 합류가 유력했던 남태희(알두하일)가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며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됐다. 국내 전지훈련에서는 황인범(대전)과 주세종(아산)이 부상에 시달렸고, 아부다비 전지훈련에서는 홍철(수원)과 김진수(전북)가 훈련 도중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대표팀 줄부상의 기폭제였다. 필리핀전을 하루 앞두고 나상호(FC도쿄)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나상호를 대신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대표팀에 합류했음에도 부상 악령은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정신적 지주인 기성용(뉴캐슬)은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고, 결국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 역시 발가락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측면 날개 자원인 황희찬(함부르크)마저 16강 바레인전에서 왼쪽 내전근에 염좌로 8강전에 나설 수 없었다. 이재성부터 황희찬까지 측면 날개가 모두 꺾인 만큼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서 이청용(보훔)과 손흥민(토트넘)을 측면에 배치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소용없었다. 속출한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별 리그부터 전력으로 달려온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던 셈이다.
천하장사도 부상 앞에서는 힘자랑을 할 수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온 벤투호에게 무거운 첫 패배를 안긴 건 카타르가 아닌 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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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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