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베트남 축구는 8강에서 멈췄지만, ‘박항서 매직’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2019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12분 VAR(비디오판독)로 허용한 페널티킥 실점이 아쉬웠다.
베트남의 발걸음은 8강까지였지만,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 이란과 이라크를 상대로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비록 두 팀에는 패했지만, 이라크를 상대로 2-3으로 접전을 치르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예멘을 꺾으며 1승2패, 조 3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도 기적이었다. 우승 후보 호주를 제치고 B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요르단을 상대로 접전을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선보였다. 결국 연장전까지 1-1로 경기를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역사였다. 베트남이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역사상 2번째였다. 결과적으로 2번째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2007년 아시안컵은 동남아시아 공동 개최(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대회였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였다. 또한 8강전부터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16강부터 시작하는 현 체제에서는 첫 8강 진출이었다.
이날 일본전도 인상적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컸지만, 투지, 집념 등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는 동남아시아 축구 변방 베트남의 모습이 아니었다.
‘박항서 매직’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7년 말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4강에 진출하며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힘은 이번 대회에서도 멈춤이 없었다. 베트남에서는 연일 박항서 감독을 향한 찬사가 쏟아진다. 대회 중계방송 광고 단가가 연일 상종가다. 한국에서도 관심이 쏟아진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여전히 겸손하다. 이날 경기 후 “내심 기적을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패했지만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쟁심에 만족한다. 베트남 축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이와 함께 “우승은 한국이 차지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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