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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일제 억압 속 표준어 제정한 '말모이', 이제는 한의학 표준화 차례

입력 : 2019-01-23 03:00:00 수정 : 2019-01-22 19: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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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일제에 저항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화를 담은 영화 ‘말모이’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무력 독립투쟁을 다룬 ‘암살’이나 ‘밀정’ 등 액션 영화들과 달리 우리들이 몰랐던 독립운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말모이’의 이야기는 1940년대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매치기 김판수(유해진 분)는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 분)의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것을 계기로 우여곡절 끝에 학회의 일원이 된다.

당시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방언들을 수집해 표준어 사전을 만들고 있었다. 까막눈이던 판수는 정환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글을 배우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사전 편찬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영화에서 일제는 시민들에게 온갖 불이익과 폭력을 가해 우리말과 한글의 사용을 금지시킨다. 조선어학회도 보관하고 있던 원고들을 빼앗기고 학회의 중역이 사망하는 등 심한 탄압을 받는다.

일제는 민족 말살 정책을 통해 언어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얼이 스민 모든 것을 없애려고 했다. 그 중에는 의술(醫術)도 포함돼 있다. 일제는 당시 의사였던 한의사들의 신분을 격하시킴과 동시에 한의학을 미신으로 폄하해 점점 국민들이 불신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 백년 임상을 거친 많은 한방 치료법들이 소실됐으나 이를 지켜내기 위한 여러 노력들 덕에 한의학은 고유의 의술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말모이’의 주인공들은 잊혀가는 전국팔도 방언들을 수집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어 선생님들을 한데 모아 표준어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한다. 최근 한의계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많은 한의사들이 이제껏 비방으로 감춰왔던 한방 치료법에 대한 과학화·표준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장점인 한방 치료에 객관적인 효능 입증이 더해진다면, 국민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어 한의학 부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방의 대표적인 수기요법인 추나요법은 객관적인 효능 검증과 표준화 과정을 거쳐 최근 건강보험 적용을 확정지었다. 추나요법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가 선친으로부터 보존돼 내려온 전통 수기요법을 현대에 맞게 재정립한 치료법이다.

국민들에게 한방 치료약으로 잘 알려진 첩약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시범사업 추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방 치료법들이 안정성과 효능을 증명해 나가는 작업을 통해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시기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 중에서 고유의 문화를 대부분 지켜낸 몇 안 되는 국가라고 한다. 우리말과 함께 지켜낸 민족의학인 한의학이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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