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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탓" 책임 회피… 못 믿을 남양유업

입력 : 2019-01-22 03:00:00 수정 : 2019-01-21 1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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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주스 논란… “카토캔이 원인” / 유통 관리 철저히 안한 책임이 커 / 잊을만하면 이물질 사태·악성 소문 / 이미지 관리 실패… 상황 악화 자처

[정희원 기자] 남양유업이 ‘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자사 어린이용 주스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제조상 문제가 없다’는 내용만 강조한 사과문도 한몫했다. 천식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곰팡이에 노출되면 질환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어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8일 곰팡이 주스 사태를 사과하며 원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내·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철저히 조사했으나, 제조과정 중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곰팡이가 핀 것은 배송·운송과정 중 외부충격이 발생해 내용물과 외부공기가 접촉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조사결과 해당 제품의 문제는 제조과정이 아닌 배송 중 발생한 핀홀 현상(Pin Hole)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처음 불만 글을 올린 제품 사진에 보면 캔 윗부분이 쭈글쭈글한데, 이것이 바로 핀홀현상의 증거”라며 “고객이 10월에 온라인으로 아이꼬야 주스를 구입해 택배로 받았고 이를 1월까지 집에 두고 마셨는데, 아무래도 핀홀이 있는 제품을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상온에 둔 제품에서 곰팡이가 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홀 자체가 워낙 작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 이후 남양유업은 아이꼬야의 포장재였던 종이캔의 일종인 ‘카토캔’(Cartocan) 용기를 사용한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 회사의 카토캔 음료는 아이꼬야 주스와 프렌치카페 한정판 커피가 전부다. 문제의 카토캔은 종이 소재로 제작된 캔 모양의 용기다. 알루미늄·페트병보다 생산·재활용 시 탄소 소모량이 적어 친환경 패키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대다수 유음료 업체는 장점이 많은 카토캔을 도입하고 있다. 이번 카토캔 폐기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말이 많다. 카토캔 자체는 죄가 없다는 게 대다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토캔 제품을 모두 판매 중단하는 것은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지만, 이에 앞서 업체의 철저한 관리가 우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핀홀 현상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카토캔 패키지만의 일은 아니다. 알루미늄캔 등 다른 패키지에서도 유통 중에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카토캔을 없앤다고 해서 100% 사라질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카토캔을 잘 활용하고 있던 업체들에는 날벼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토캔이 취약하다는 식으로 말해버리면 곤란하다”며 “이는 모든 유음료업체가 쓰고 있는 패키지로 그동안 문제없었던 다른 회사들조차 애매해졌다”고 했다. 소비자 인식이 나빠지는 게 걱정되는 대목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대리점주에 대한 ‘밀어내기식 갑질영업’ 이후 남양유업 기피현상이 큰 가운데, 지속적으로 이물질 사태가 생기면서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이물질 사태와 악성 소문에 시달려왔다. 2013년에는 남양유업 분유에서 개구리 사체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루머로 밝혀졌고 2018년 4월에는 분유 ‘임페리얼XO’, 커피 ‘루카스나인’, 초코우유 ‘초코에몽’에서 바퀴벌레, 쇠막대기 등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온 바 있다. 2018년 10월에는 ‘코딱지 분유’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남양유업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립 이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지난해 리스크관리 전문가 이정인 씨를 대표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정인 대표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연말에 사임했다. 그는 기업 위기관리에 집중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회사 측은 ‘일신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 전 대표와 남양유업 회장과의 갈등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경영인 혼자 혁신을 강행하기 어려움이 컸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남양유업은 이광범 대표집행 임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 때문에 논란이 더 확산된 것”이라며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잊을 만하면 자꾸 사고를 쳐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결국 기업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탓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기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 일가가 혁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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