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의 또 다른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주전 골키퍼 경쟁이다. 김승규(28·비셀 고베), 조현우(27·대구FC),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지난 59년 동안 아시안컵과 연이 없었다. 지난 1960년을 마지막으로 경쟁자들에게 트로피를 내주며 쓴맛을 봤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세워 이번 대회를 통해 그 악순환을 끊으려 한다.
시작이 나쁘진 않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조별리그 C조 1차전이었던 필리핀전에서 후반 21분에 나온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신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벤투호는 중국과 다득점에 밀려 조 2위에 안착했다. 다소 고전했으나, 아직 적응 기간임을 고려하면 괜찮은 출발이라는 평가다.
아시안컵 우승에 보탬이 되고자 각 포지션 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주전 골키퍼 경쟁 역시 한창이다. 가장 먼저 기용된 건 김승규였고, 훌륭한 선택이었다. 김승규는 전반과 후반 각각 한 차례씩 결정적인 선방을 하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았던 필리핀의 저력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골문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면 벤투호는 우승으로 향한 가벼운 첫발을 내딛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김승규 외에도 든든한 자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입지를 굳힌 조현우와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김진현이 있기 때문. 어떤 선수가 선발 출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막강한 골키퍼진을 보유했다.
전문가의 시선도 이와 유사했다. 현역시절 전설적인 골키퍼로 활약했던 김병지는 “선수들 간 실력 편차는 크지 않지만 1선발은 김승규, 2선발과 3선발은 각각 조현우, 김진현이다”라며 “언론에서 김승규의 빌드업을 높이 평가하는데, 전문가 입장에서 조현우가 더 낫다고 본다. 양발을 잘 쓴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두 선수의 공중볼 장악 역시 큰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김승규가 선발로 나선 건 첫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미지라는 건 벤투 감독 부임 초기 조현우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김승규가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벤투 감독은 부임 후 김승규를 가장 많이 기용했다.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김승규를 택해 2-0 완승을 챙겼고, 득점 없이 비긴 칠레전에서는 김진현이 뛰었다. 그다음 경기였던 우루과이전 역시 김승규가 출전해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부상으로 낙마했던 조현우는 벤투 감독의 네 번째 경기였던 파나마전(2-2 무)에서야 첫 선발을 뛰었다. 이후 치른 세 번의 평가전에서 김승규가 2회, 조현우가 1회 90분을 소화했다.
우승까지는 아직 6경기나 남았다. 김승규의 주전으로 굳어진 분위기지만, 그 누구든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처절하게 담금질해야 한다. 김병지 역시 “출전 보장은 없다. 조현우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진현 역시 토너먼트 진출 조기 확정이나 부상과 같은 여러 변수로 인해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라며 수문장 주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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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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