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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무비] 숭고함과 씁쓸함 사이…‘그대 이름은 장미’가 보여주는 엄마의 희생

입력 : 2019-01-07 09:24:34 수정 : 2019-01-07 10: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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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숭고함과 씁쓸함 사이, 엄마의 희생을 논하다.

 

결국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던 것일까. 실컷 웃고 또 울고 나왔는데, 어쩐지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홍장미라는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작품으로, 가수 데뷔를 꿈꾸던 화려한 20대부터 강인한 생활력으로 똘똘 뭉친 40대 모습까지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독특한 플롯 구성은 물론 유호정-하연수, 박성웅-이원근, 오정세-최우식 등 20년 세월을 넘나드는 2인1역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따뜻했다. 아니, 따뜻해야만 했다. ‘전 국민을 눈물 나게 빵 터트리겠다’는 포부답게 ‘그대 이름은 장미’는 ‘웃음’과 ‘눈물’ 포인트가 적절하게 포진돼 있다. 기본적으로 딸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엄마 홍장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가슴 뭉클하다. 여기에 홍장미를 둘러싼 두 남자의 풋풋한 사랑, 1970~90년대 감성과 추억을 가득 담은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등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대목이다. 특별히 악역이라 할 만한 인물 또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감동’이라는 두 글자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점차 힘을 잃는다. 큰 사건 없이 홍장미의 일대기를 쫓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모성애는 곧 희생’이라는 전제 아래서 작위적인 사건들이 자꾸만 반복되는 까닭이 크다. ‘반전과거 추적코미디’라는 말이 무색하게 홍장미가 엄마가 되는 그 순간부터 ‘반전’은 없다. 각박한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예고 없이 좌절을 안기고, 그럴 때마다 ‘엄마 홍장미’는 모든 것을 홀로 감내하려 한다.

나아가 자칫 ‘엄마’라는 존재가 ‘희생의 아이콘’으로만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조석현 감독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봤던 어머니 사진’에서 이번 영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역시 ‘꿈 많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홍장미는 ‘화려한 과거가 있었던 엄마’, 딱 거기까지다. 엄마의 희생은 물론 숭고하지만, 그것이 강요되고 당연한 듯 정답이 되는 순간 이 또한 누군가에겐 상처고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휴대폰에) 엄마를 ‘희생’이라 저장해놨다”는 한 배우의 말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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