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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빠져드는 송강호라는 '마약' [영화리뷰]

입력 : 2018-12-19 15:53:40 수정 : 2018-12-19 15: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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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연기왕’과 ‘마약왕’의 만남이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가 전설적인 마약왕 이두삼으로 분해 최고의 연기를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냈다.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와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된 ‘마약왕’은 조정석, 배두나 외에도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 등 매력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 그 속에서도 마약으로 백색 황금 시대를 누렸던 이들의 파노라마 같은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국내 최대 항구도시 부산을 거점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이두삼이란 캐릭터를 창조해냈고, 시대의 아이러니를 백색 가루에 녹여내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마약왕’은 완벽한 송강호의 영화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두삼의 일대기를 한 장 한 장 책장 넘기듯 들여다보는 매력이 쏠쏠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소시민의 모습부터 마약을 받아들인 후 서서히 타락하는 이두삼의 일대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마치 그 시대의 마약왕을 2018년 스크린에 소환한듯, 송강호의 연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송강호는 이두삼 그 자체가 됐다. 돈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내놓는 이두삼의 모습부터 거꾸로 매달려 매질을 당하고 온갖 수모를 당하는 이두삼, 권력의 맛을 알게된 이후 서서히 타락하는 이두삼의 모습까지 한 인물의 삶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 마약을 수출하면 애국이 된다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블랙 코미디 화법으로 풀어내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했다. 자칫 진지하고 무게감있게 그려냈다면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었던 상황. 송강호의 영리함이 빛을 발하며 이두삼의 삶도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다각도로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송강호가 마약을 탐닉하는 장면은 ‘마약왕’ 최고의 명장면. 그동안 마약을 흡입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많았지만, 가짜가 아닌 진짜처럼 그려낸 배우는 송강호밖에 없을 듯하다. 이후 서서히 눈을 뜨는 이두삼의 광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을 만큼 섬뜩했고, 마지막 10분 동안 펼쳐지는 그의 처절한 몸부림은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왜 송강호가 연기왕으로 불리는지, 왜 마약왕 이두삼이 송강호여야 했는지를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송강호의 연기는 대단했지만, 송강호를 빼면 ‘마약왕’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마약왕의 일대기와 70년대 대한민국의 민낯을 139분의 러닝타임 내에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 이두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스쳐 지나가기 바빴고, 방대한 이야기를 한데 담으려다보니 스토리가 산만하기 그지 없었다. 또 강렬한 등장이 예고됐던 조우진은 밋밋하게 그려졌고, 일부 배역은 시대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촘촘하지 못한 연출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 또 시대와 등장인물만 다를뿐, ‘내부자들’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송강호의 연기는 좋았지만, 송강호의 연기만 좋았던 영화 ‘마약왕’. 연말 극장가에서 최종 승자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월 19일 개봉.

 

giback@sportsworldi.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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