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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박항서-황의조-김학범… 2018년 뒤집은 ‘비주류의 반란’

입력 : 2018-12-20 06:00:00 수정 : 2018-12-20 0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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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누가 비주류라고 했는가. 2018년 한국 축구계의 키워드는 바로 ‘비주류의 반란’이다.

 

한국 축구는 다사다난한 2018년을 보냈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에 도전해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독일(2-0 승)을 꺾으면서 희망을 봤다. 지난 9월에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 손흥민(토트넘)의 활약을 앞세워 금메달을 획득했다. 프로축구에서는 전북 현대가 정상에 올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후반기 파울로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부임하면서 기분 좋은 출항을 알렸다.

 

2018년을 지배한 ‘키워드’를 꼽자면 바로 비주류의 반란이다. 최근 축구계 흐름은 뚜렷하다. 지도자 중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40대 젊은 감독이 주목받았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신장이 크고 제공권 경쟁력이 큰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선호했다.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학범(58)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흐름에서 정반대에 있는 사령탑이었다.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주를 이루는 스타일의 공격수도 아니었다. 이들 모두 소위 말하는 비주류였다.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고, 때론 비난의 중심에 서야 했다. ‘어차피 실패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유행에 편승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중심을 잡았다. 성공 신화는 그렇게 이뤄졌다.

감바오사카 황의조가 18일 메리어드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2018 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뒤 큰 숨을 쉬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우선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까지 거센 비난의 중심이었다. 인맥 축구, 무임승차, 군 면제 꼼수라는 단어가 그들을 둘러쌓다. 검증받지 못한 자들이었고, 국민 역적이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정면 돌파였다. 김학범 감독은 “비난의 목소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고, 황의조 역시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풍이 아니었다.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간절한 울림이었다. 몸부림과 울림은 한국 축구를 강타했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단일대회 2회 해트트릭의 대기록을 세웠다. 총 9골을 작렬하며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인(A) 대표팀에도 재승선해 새로 부임한 파울로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공격 제1 옵션’으로 성장했다.

김학범 감독(오른쪽)과 황의조가 18일 메리어드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2018 KFA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김학범 감독은 전략 전술에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고, 은퇴 후 은행원의 삶을 살았다.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편견에 시달렸지만, 스스로 인식을 바꿨다. 그때도 정면 돌파였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 결과 실적 1위, 최우수 은행원으로 자리 잡았다.

 

축구 지도자로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 역경과 장애물이 있을 때마다 실력으로 부딪혔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도 선수와 직접 호흡하고, 함께 땀 흘렸다. 온갖 비난에 눈물도 흘렸지만, 선수단과 손을 잡고 버텼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값진 이유이다.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는 2018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지도자상과 선수상을 휩쓸었다.

박항서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오른팔로 불렸다. 언뜻 주류 지도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사령탑이었던 박항서 감독은 그렇게 쫓기듯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초기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사실상 한국 3부리그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수 있냐는 시선에 자존심을 다쳤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박항서 감독의 오기를 자극했다. 외국인 감독이라는 벽을 허물기 위해 선수단에 먼저 다가갔고, 자신감을 세워주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른 바 ‘파파 리더십’이었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은 베트남을 뒤짚었다. 올 1월 AFC U-23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스즈키컵 우승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신드롬’일 일어났고,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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