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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04 03:00:00, 수정 2018-12-04 11:09:43

    실적 압박에 빚덩이… 제과·음료 영업직 피눈물

    과도한 판매 경쟁에 적자 발생 / 기업, 영업사원에게 떠넘기기 / 친인척까지 신원 보증인 세워 / 가판·덤핑 등 부당 관행 여전
    • [정희원 기자] 기업에서 근무하는 영업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실적’을 위해 회사의 영업적자를 스스로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와 ‘판매율 1위’ 등 ‘타이틀’에 혈안이 된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영업사원들에게 은연중에 떠넘기고 있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무능력한 사원으로 치부하기에 이른다. 이런 관행은 제약, 의료기기, 음료, 제과, 학습지 등 종목을 불문하고 벌어지고 있다.

      ◆데모기간 넘어도 의료기기 ‘못 빼’ … 서러운 의료기기·제약 영업사원

       

      대전에 거주하는 의료기기업체 사원 김모 씨(35)는 병원의 ‘갑질’ 때문에 피가 마른다. 의료기기 회사에서는 병원들이 신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데모’를 넣어준다. 일종의 체험기간을 주는 것이다. 데모 기간은 정해져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병원이 적잖다.

       

      특히 기기를 ‘살 듯 말 듯’ 애를 태워 데모로 들어간 기기를 빼지도 못하게 하기 일쑤다. 더욱이 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 거래하지 않을 거라면 모를까, ‘먼저 기기를 빼달라’고 말하는 간 큰 직원은 없다.

       

      더 문제인 것은 한 병원이 여러 업체에서 데모 기기를 받은 뒤, 가장 늦게 뺀 회사의 것만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후의 기기가 남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회사 실적은 없고, 결국 영업사원과 의료기기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제약영업도 마찬가지다. 자사 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의사가 원하는 잡일 해주는 건 너무 익숙해졌다. 전직 외국계 제약사 영업사원이었던 직장인 박모 씨(48)는 ‘오시우리’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이는 나중에 반품 받더라도 일단 병원에 약품을 밀어넣고 본다는 것이다. ‘덴바이’도 있다. 일종의 덤핑인데, 현찰장사로 덤핑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결국 차액은 영업사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학습지 교사도 실적이 모자라는 경우 ‘유령회원’을 만들어 자신이 회비를 내기도 한다.

      ◆가판·덤핑 난무하는 제과·음료 영업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영업직의 애환이 가장 두드러지는 직종은 ‘먹거리 업계’다. 그 중에서도 슈퍼마켓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음료·제과영업이 가장 힘든 파트로 꼽힌다.

       

      음료영업직에 종사중인 직장인 이모 씨(33)는 “음료·제과, 제약 부문 등의 영업은 근본적으로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는 매달 판매 목표량을 지나치게 높게 부과하고, 영업사원들은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음료 업계의 경우 롯데칠성음료를 필두로 수도권 기준 대략 매월 매출 1억원 선을 목표로 한다.

       

      이 씨는 10년 전 가판(가상판매)·덤핑이 가장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빚이 커져 감옥에 가거나, 자살한 선배들도 많았다”며 “지금은 덜해졌다고는 하나,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부 영업사원 중에는 인센티브 욕심에 무리하게 가판을 잡거나, 관리 지점으로부터 비용을 받은 뒤에도 회사에는 보고하지 않고 개인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씨가 말하는 ‘가판’이란 실제로는 판매되지 않았으나 이를 마치 판매된 것처럼 전산망에 기재하는 일종의 ‘꼼수’다. ‘덤핑’은 대형 할인점 등에 20~40% 싼 값에 대량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덤핑 거래로 생기는 차액도 만만찮은데, 이 역시 영업사원이 떠안게 된다. 결국 직원들은 팔리지도 않은 물건들에 대한 끊임없는 수금압박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다.

       

      부당 영업관행에 시달려 그만두고 싶어도 쉽게 관둘 수 없는 이유는 가족과 친인척까지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제과·음료 업계에서는 입사 시 신원보증인을 세우도록 한다. 가판·덤핑으로 인한 미납금 부담을 회사가 안지 않겠다는 의지다. 즉 재직 시 사전에 미수금 변제각서, 횡령자인서등을 작성하도록 강요해 미수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퇴사하면 이를 증거로 활용해 곧바로 민형사상 고발하거나, 채권추심절차를 밟는다.

       

      이 씨는 “업체가 영업사원 재직 시에 이미 이러한 각서 등을 사전에 쓰도록 요구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이 변제불능에 빠질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다만 최근 법원이 영업사원의 편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며 관행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제과·음료업계 3대장으로 꼽히는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도 과거 이런 방식의 영업형태를 묵인했던 바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며 개선되는 추세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모두 최근 이런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과업계, 가판 관행 사라지고 있다지만 현실은…

       

      대형 제과업체 C사의 전직 직원에 따르면 그가 일했던 회사는 상장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가판을 더욱 ‘미친 듯이’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취업포털 잡플래닛에서 전국에 가판 없는 영업소가 없고, 영업소별로 다르지만 욕설과 인격모독이 난무하다고 밝혔다. 사이트 내에는 ‘그 힘들다는 A사도 C사에 비교하면 천국같은 곳’이라거나 ‘다른 부서는 모르겠지만 영업은 절대 오지마라’는 식으로 표현한 사람도 적잖다.

       

      C사의 또 다른 전직 직원은 지난 5월 과도한 영업 및 근무시간에 대해 해결을 요청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총 106명이 이에 대해 동의했다. 그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연봉계약상 명시돼 있지만 근로기준법을 벗어난 추가근무 압박을 은연중에 강요받고 있었다. 일 평균 12시간 근무시간에 나서는데, 퇴근 후 2~3시간은 추가근무수당 없이 일해야 했다. 영업용 렌트카에 GPS를 장착해 직원들의 이동경로와 위치를 수시로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 연차사용이나 육아휴직 사용도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서 벗어나는 C사의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돼 직원들에게 더 나은 복지와 근무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글에는 “청원글로 인해 또 회의를 하고, 결국 직원들에게 보복할 것”이라는 댓글이 달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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