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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기자의 온몸체험⑥] 박경완 코치와 함께한 ‘지옥의 포수 훈련’ 체험기

입력 : 2018-12-04 09:00:00 수정 : 2018-12-04 1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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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가고시마 정세영 기자] 색다른 아이템을 얻기 위한 취재 현장은 늘 전쟁터다. 지난달 26일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로 떠나는 날, 타사 후배의 체험 기사가 눈에 띄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6번째 온몸체험과 아이템이 겹친 것이다. ‘망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캠프에 도착한 뒤에도 고민을 계속했다. 염경엽 감독은 “무슨 고민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귀띔하자 염 감독은 “박경완 (수석)코치표 포수 훈련 체험 어때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지옥훈련!” 오아시스였다. 박경완 코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불린 인물. 기자의 기준에서도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고의 포수였다.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겠다.’ 박경완 코치는 “괜찮겠어요?”라고 묻더니 “단단히 각오하셔야 합니다”라고 웃었다. 돌이켜보니 그때 박 코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러셨어요?”

 

체험 당일, 선수 식당 앞에서 마주친 포수 허도환에 “오늘 포수 체험을 한다고”하자 기다렸다는 듯 “박 코치님의 훈련 질과 양은 리그에서 A급 아니, S급입니다 왜 그러셨어요”라며 껄껄 웃었다. 불현듯 올 초 SK 오키나와 캠프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훈련을 마친 포수 이재원은 녹초가 돼 있었다. “얼마나 힘들기에”라며 걱정하는 기자에게 이재원은 “한번 해보면 알 겁니다. 차원이 달라요. 차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7개월 전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허도환뿐 아니다.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기자를 본 박재상 주루 코치는 고개부터 흔들었다. 더그아웃 앞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기자를 본 포수 이현석도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냈다. 김필중 배터리 코치가 ‘훈련 도우미’를 자청했다. “하체는 (허)도환이 보다 좋은 것 같은데.” 일단 체형은 합격이다.

●찢고 또 찢고

 

가벼운 러닝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스트레칭을 앞두고 박경완 코치의 눈빛이 달라졌다. “오늘 훈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스트레칭입니다. 포수 훈련은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포지션에 있는 선수보다 스트레칭이 중요합니다.”

 

대뜸 ‘화장실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엉거주춤 앉자 박 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엉덩이가 땅에 닿을 정도여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될 리 없다. 바로 뒤에 있던 김 코치가 엉덩이가 땅에 닿도록 어깨를 눌렀다. “아! 아! 아파요!”

본격적인 스트레칭이 시작됐다. 벌리고, 찢고, 접고. 온몸이 종이가 된 기분이다. 단말마의 비명이 이어졌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것을 본 박 코치는 “벌써 힘들어요? 한 참 남았는데”라고 했다.

 

포수 보호장구를 찼다. 박 코치가 “캐치볼은 해보셨죠”라며 물었다. “사회인 야구 경력만 20년입니다”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며 박 코치가 공을 휙 하고 던졌다. 가볍게 공을 잡았고 다시 박 코치 쪽으로 던졌다. 멀리서 캐치볼을 지켜보던 몇몇 선수들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공을 잡을 줄 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박 코치의 공은 점점 빨라졌다. 송구거리가 멀어져도 직선으로 날아와 팍하고 꽂혔다. 무서웠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첫 번째 훈련은 ‘넷 스로’였다. 토스볼을 받아 자세를 잡고 그물망 안에 공을 던지면 됐다. 단 하체를 고정하고 상체로만 공을 던져야 했다. 따로따로 배운 동작에 연속성을 부여하다 보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허리를 더 돌려야죠!” 불호령이 떨어졌다. 보다 못한 박 코치가 뒤로 와서 “하나! 하나, 둘! 하나, 둘, 셋!”이라고 구호를 붙였다. 이어 약 10m 거리에서 그물에 공을 던지는 훈련에 돌입했다. 2루로 뛰는 주자를 잡기 위한 리듬과 스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딱 10개만 해보겠습니다.”, “예!” 훈련은 순조로웠다.

“하이라이트로 넘어갑시다.” 올 게 왔다. 다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내 기자는 ‘화장실 자세’를 취했고 그대로 무릎을 땅에 붙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소위 ‘벌서는 자세’였다.

 

박 코치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그 상태로 뒤로 누웠다. 충격이었다. “포수는 유연성이 생명입니다. 이 자세가 전 제일 편합니다.” 기자 차례였다. 엉덩이를 땅에 대려는 찰나 허벅지에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아! 전 도저히 못 하겠어요.”, “이게 안 되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갑니다.” 박 코치는 완강했다.

약 5분 동안 자세를 놓고 씨름했다. 우여곡절 끝에 블로킹 수업으로 넘어갔다. 이번 체험의 백미였다. 간단했다. 또르르 굴어오는 공에 타이밍을 맞춰 무릎과 포수 미트를 내야 했다. 포수 미트 뒤에는 항상 손을 받쳐야 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마침 그라운드에 나온 염경엽 감독이 기자 뒤에 섰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무릎을 찧자,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피식 웃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타이밍! 타이밍!”이라고 기를 죽였다.

 

처음에는 넓은 아량으로 미소를 짓던 박 코치도 슬슬 화가 나는 모양이다. 보다 못한 김 코치가 뒤에서 타이밍을 잡아줬다. 쿵! 쿵! 쿵! 하지만 도통 따라주지 않는 야속한 몸이 원망스러웠다. 그만둔다고 하기에도 쑥스러워 참고 이어갔다. 그렇게 20분이 흘렀다.

 

●박경완 코치의 ‘좋은 포수론’

 

1시간 넘게 진행한 체험이 끝났다. 땀범벅이 됐다. 정신을 차린 뒤 박 코치에게 ‘좋은 포수가 되는 법’을 물었다. 그는 “누구나 완벽할 순 없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포수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완벽한 포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노력이 좋은 포수를 만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은 배려심과 포용력이다. 한 가정으로 따지면 엄마 역할이다. 모두를 잘 챙겨야 한다. 특히 항상 포커페이스여야 한다. 포수는 8명의 선수를 다 보고 있지만 반대로 8명은 포수 한 사람을 본다. 모두를 맞춰 줄 순 없겠지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포수가 진짜 좋은 포수”라고 말했다.

기념 촬영을 했다. 박 코치는 “든든한 지원군 1명을 얻었다”고 웃었다. 옆에 있던 김 코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인가’라고 하자, 박 코치는 “그라운드 밖에서 보면 포수는 그저 공을 받아주는 선수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어떤가, 송구 동작 하나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 그만큼 포수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 기자도 포수의 고충을 잘 알았을 것 같다. 앞으로 포수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기사를 많이 써 달라”고 당부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가고시마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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