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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동네 한 바퀴’, 단순함이 통하는 이유

입력 : 2018-12-02 10:37:27 수정 : 2018-12-02 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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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아날로그 감성다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방송 2주차를 맞이했다. 지난 7월 파일럿을 내보낸 뒤 긍정적 반응을 얻어 정규 편성에 이른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기대이상이다. 11월24일 첫 회가 6.8%(AGB닐슨), 지난 1일 2회는 거기서 더 뛰어 7.3%를 기록했다. 초반에 이 정도면 향후 두 자릿수 시청률도 가능해보인다. 예능 격전지 토요일 저녁 방영되는 교양프로그램으로선 상당한 선방이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지역소개 측면이 다소 강조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산책프로그램’이다. 매주 특정동네 한두 곳을 골라 배우 김영철이 그 주변을 산책하는 내용이다. 사실 단순한 콘셉트다. 만들기 까다로운 조건도 아니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형식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단순한 콘셉트 프로그램이 지금껏 나오지 못했던 걸까. 그것도 늘 영향을 주고받는 일본방송계에선 가장 왕성하게 제작되고 소비되는 콘셉트인데 말이다.

 

상당부분 ‘내 동네’에 대한 한국인 인식구조 탓을 들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한국선 ‘내 동네’에 대한 문화적 애착과 관심이 극단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부동산공화국 풍토가 낳은 대표적 현상이다. ‘집테크’가 주된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내 동네’는 계속 살아갈 터전이 아니라 그저 스쳐지나갈 곳 정도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더 비싼 곳’으로 옮겨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 정도다. 그렇게 모두들 ‘집테크’로 떠도는 노마드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 동네’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생길 리 없다. 내 동네에도 이렇다 할 애착이 없는데 남 동네에 관심이 생길 리도 없다. 관심이라 봤자 그 동네 집값에나 치중될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산책프로그램 변종에 속하는 JTBC ‘한끼줍쇼’에서도 진행자가 부동산 앞에서 그 동네 집값을 알아보는 대목이 등장해 비난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는 진행자 탓만 할 것도 못 됐다. 애초 우리 사는 세상이 그런 논리로 움직이는데 대체 누굴 비난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결국 이 같은 ‘집테크 노마드’ 환경에서 ‘동네 산책’은 딱히 와 닿는 콘셉트가 아니었던 셈이다. 교양프로그램은 대신 ‘사람’만을 좇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동네’는 사라졌다. 그저 ‘잘 사는 동네’ ‘못 사는 동네’로 뭉뚱그려진 이분법 공간만 남았을 뿐이다.

 

일단 이 같은 상황 하에서도 산책프로그램이란 서브장르에 도전한 KBS 측에 박수를 보낸다. 상업적으로 안전한 기획에서 벗어나 사회적 명분만 뚜렷하다면 모험을 걸어보는 쪽이야말로 공영방송의 미래비전이 맞다. 덕택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삶의 터전들을 구경해보며 삶의 가치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고무적인 부분은, 막상 방송해보니 시청률도 좋더란 점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연한 ‘집테크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무릇 힐링도 도전을 통해서만 제대로 전해질 수 있단 점을 새삼 깨닫는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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