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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韓 아이돌이 증명한 ‘차별화’의 가치

입력 : 2018-12-02 10:34:59 수정 : 2018-12-02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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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이 지난달 23일 KBS2 ‘뮤직뱅크’ 무대를 끝으로 데뷔앨범 ‘컬러라이즈’와 타이틀곡 ‘라비앙로즈’ 공식 활동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그 20여일 활동기간 동안 소속사 오프더레코드 엔터테인먼트와 그 모회사 CJ ENM 측은 한일양국 시장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거둬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처럼 폭발적인 한일양국 반향 중 흥미롭게 읽히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특히 향후 아이즈원 일본 활동기반 한 축이 되리라 기대되는 기존 일본 48그룹 팬들 반응이 눈에 띈다.

 

각종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 48그룹 팬들은, 48그룹 멤버들이 포함된 아이즈원의 한국음악방송 무대를 찾아보다가 묘한 반응들을 보였다. 한국음악시장엔 아이돌만 존재하고 다른 종류 뮤지션은 없는 줄 알았는데, 음악방송을 보다보니 상당히 다양한 종류 뮤지션들이 존재하더란 것이다.

 

그럼 왜 이들은 일본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대중음악시장에서 일본 소비자들은 ‘아이돌’만 쏙 빼서 소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나 북미, 남미, 유럽 등지 역시 거의 비슷하다. 한국대중음악상품 소비 중 아이돌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만 살펴봐도 90%가 넘는다. 그럼 그런 편향적 소비 이유는 대체 또 뭘까. 한국형 아이돌이 자신들 문화시장엔 ‘없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다양한 장르음악을 구사하는 솔로 뮤지션, 인디밴드들은 어떤 의미에서건 ‘그 비슷한 형태’로나마 존재하긴 한다. 그럼 그냥 그들을 소비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은, 그게 음악상품으로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정말 한국에서밖에 나오지 않는 상품들이란 것이다. 차별화가 확실하다.

 

1970~90년대 아시아를 주름잡던 홍콩영화계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흔히 홍콩영화 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쿵푸영화와 느와르영화 둘밖에 이렇다 할 인상이 없다. 그러나 당시 홍콩영화계는 아시아의 할리우드라 불릴 만큼 가능한 모든 장르영화들을 내놓고 있었다. ‘우리’가 그중 쿵푸영화와 홍콩식 느와르영화만 수입해 소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머지 장르영화들은 한국에도 존재하거나, 할리우드에서 더 나은 퀄리티로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쿵푸영화와 홍콩식 느와르영화는 당시까지만 해도 홍콩 외에선 나오질 않았다.

 

글로벌 문화교류란 으레 그런 식이다. 단순히 ‘좋은 것’이 팔린다는 개념 이전 ‘필요한 것’이 팔리는 식이다. 그리고 그 필요는 일단 결여로부터 나온다. 한때는 그런 개념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캐치프레이즈 아래 전통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실체화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여버리는 결과만 낳았다. 이념이 현실과 부조화를 일으킨 경우다. 지금 한국아이돌산업은 그 아슬아슬한 ‘팔리는 차별화’ 줄타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과다. 그래서 더 값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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