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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인터뷰①] 황교익, 수요미식회 남도 그만두는데 왜 나만 시비

입력 : 2018-11-29 17:02:40 수정 : 2018-11-29 17: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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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전경우 기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그와 연관된 키워드는 ‘논란’이다. 

 

황교익과 관련된 ‘논란’들은 그가 tvN ‘수요미식회’에 출연하면서부터 본격화 됐다. 2015년 1월 21부터 지난 9월 19일까지 방송된 ‘수요미식회’는 마지막 방송 이후 재정비에 들어갔고, 이후 알려진 시즌2 계획에는 황교익의 이름이 없었다. 이후 많은 언론들은 ‘백종원 막걸리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른 것이 원인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는 왜 수요미식회 시즌2에 출연하지 않을까? 29일 경기도 일산에서 황교익을 직접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의 내용은 총 4회로 나눠 정리했다. 수요미식회 관련을 시작으로, ‘만물일본유래설’ 등 황교익과 관련 논란, 백종원과 관련된 이슈, 정치권 진출 노린다는 루머, 향후 계획 등 현 시점에서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을 던졌고, 그는 거침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논란의 주인공이 오셨다. 

 

“언제나 논란이지.”

 

-수요미식회 하차 소감부터 말해달라. 

 

“먼저, 단어의 개념과 의미를 명쾌하게 해야겠다. ‘하차’는 중간에 빠지는 것을 말하는데 나는 여기 해당 되지 않는다. 출연자 섭외와 결정은 제작진의 몫인데 리뉴얼 과정에서 개편한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포맷도 바꾼다. 그 작업도 같이 논의를 했기 때문에 잘 안다. 이현우도 홍신애도 있는데 왜 나만 기사가 뜨는지 모르겠다. 수요미식회는 황교익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나는 일개 출연자다. 진행자 2명에 패널 3명 중 하나다. 프로그램의 주인은 tvN이고 이끌고 가는 사람은 PD와 작가다.”

 

-어떤 기분인가? 섭섭한가?

 

“홀가분하다. 마지막 녹화 끝나고 쫑파티 할 때 “저 좀 빼주세요”라고 이야기 했다. 나도 지루한데 시청자도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요미식회가 브랜드화 됐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위치가 강해져 있다 보니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편을 하게 되면 출연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 PD와 작가들이 기존 출연진에게 ‘나오지 마세요’라고 하기가 힘들다. 제작진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환경을 주고 싶었다.”

 

-수요미식회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길수 강수희 작가의 기획인데 처음에는 자문을 얻으러 왔다. 음식을 먹는 사람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붙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왜 그 음식을 ‘맛있다’, ‘맛없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음식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많이 주어져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 나간다고 했는데 몇 번을 찾아 온지 모른다. 당시 강의를 했는데 작가들이 여러명 떼로 몰려와서 딱 1회만 출연해달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손님으로 출연 했다. 수요미식회 초기 관련 사진을 보면 나는 없다. 공식 고정 출연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내용은 대본인가? 아니면 애드립인가?

 

“아이템 선정 과정에 관여를 조금 했다. 순대라고 하면 피순대, 고기순대 등 구분만 해주고 식당을 찾는 것은 작가들과 PD 몫이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을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한다. 2시간~3시간 전화로 작가와 떠든다. 2일~3일 걸릴 수도 있다.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본의 기본 구성이 된다. 그 다음 식당을 돌고 출연자별 품평을 받아서 대본이 만들어진다. 대본은 이야기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다. 그 골격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대본은 골격이지 그대로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현우가 ‘썰’담당인데 나는 그 ‘썰’을 바로 잡는 역할 등을 했다. 당연히 애드립이 많다. 말을 하다보면 원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도 문득 문득 나온다.”

 

-‘맛 칼럼니스트’보다 ‘방송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은 ‘방송인’인가?

 

“예능프로그램의 한계는 분명하다. 내가 말한 한마디 한마디가 그 전에 많은 노력이 깃든 작업의 결과라는 인식은 없고 그저 애드립 정도라 생각한다. 그 부분을 1년쯤 지났을 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를 소비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그만 두자는 이야기는 못했다. 이슈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슈 만드는 것은 프로그램에서 중요하다.”

 

-‘예능인’이 아닌 ‘전문가’ 황교익을 알아주기를 원하나? 그런데 ‘전문성’에도 논란이 있다. 

 

“내가 말하는 많은 부분이 대중이 갖고 있던 미식 기준과 음식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것이다. 그것을 불편해 한다. 잘 먹고 있는데 뭐라 하면 “니가 뭔데!” 하며 인지구조에 의한 분노가 발생한다.”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 그룹도 당신의 ‘전문성’을 공격하더라. 

 

“그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막걸리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방송이 조작됐다고 이야기 했다. 자막에 ‘막걸리 퀴즈’라고 떴다. 사장님은 2개 맞췄다고 나오고지만 백종원은 몇 개 맞췄다는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 전형적인 편집 조작이다. 백종원이 조작한 것이 아니다. 방송을 만든 제작진에 대한 문제 제기지 백종원씨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백종원은 ‘내가 다 맞췄잖아’ 같은 이야기 방송에서 하지 않았다. 방송 이후 ‘백종원, 막걸리도 척척박사’이런류의 기사가 뜨더라. 조작된 것이다. 대중도 기자도 그 장면을 그렇게 소비한 것이다.”

 

“맛칼럼니스트’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직업이기도 하다. 막걸리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공부, 음식을 분별하는 감각기관에 대한 공부를 하면 다 아는 이야기다. 사실 인간 감각은 굉장히 허접하다. 감각을 그대로 뇌에 저장하지 못한다. 머릿속에 심볼을 만들고 기호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자로 들어온 심볼이 자극을 받으면 맛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은 언어를 만들고 언어의 세계에 갇힌다. 1960년대 심리학, 인지과학이 이미 밝힌 상식이다. 욕망은 심볼에 의해 발생 되는 것이다. 음식에 대행 이야기 하려면 그 정도는 알고 이야기 하자.”

 

-전문성을 뒷받침 하는 학위도 없고 요리도 못한다는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프레임을 누군가 만든거다. 대중들이 반응하는 것은 신경 안쓴다. 10년전쯤 공공기관에서 강연을 하는데 강연료 지급 기준에 학력이 있더라. ‘학사’라서 강연료를 이 것 밖에 못 준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돈을 안받는다고 했다. 시골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은 분은 토마토에 대해 귀신이다. 그런 분이 초등학교만 나왔다고 그 기준으로 강연를 책정 하면 되겠나.”

 

“맛칼럼니스트로서 써놓은 글들책들을 보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음식에 관한 글의 양은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을 것이다. 요리사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검색을 하면 내가 쓴 글이 가장 위에 뜬다. 재료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 내가 다 해놓은 것이다. 활동을 안해도 블로그를 열어놓은 이유도 있다. 음식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학위 이야기를 해보자. 이 일을 하면서 어디서 공부를 해야 하나? 경기대 외식경영대학원 석박사들을 두 학기 가르쳤다. 석박사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학력 운운 하는 것이 웃기지 않은가? 내가 하는 음식인문학은 어디 가서 배울 곳이 없다.”

 

“‘음식 칼럼니스트’라는 일을 처음으로 한 것이 나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런 일을 한다. 음식에 담긴 정서와 감정을 담은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최초다. 이 일은 어디 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전공을 할 수도 없고 석박사를 딸 수도 없다.”

 

“이 이야기는 꼭 써달라. 젊은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는 소위 말하는 SKY 출신이 아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서울대 안가면 인생 끝난 거 아니냐, 석박사 안 따면 실패한 거 아니냐고 한다. 많은 젊은이가 지금 인기 있는 직업,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한다. 사회는 그렇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으로 이 사회에서 한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일을 쫓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없는 일을 만들어 전문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전문성과 관련해 학벌이나 전공 운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패배적이고 참 비극적인 일이다.”

 

-백종원은 요리를 잘하는데 황교익은 요리도 못 하면서 왜 아는 척을 하냐는 지적이 있다.   

 

“가끔 나에게 찾아온 사람이 ‘요리도 하세요’라고 물을 때가 있다. 이연복 선생님께 ‘글도 쓰세요’ 할 수 있나? 아니면 이동진 평론가에게 ‘영화도 만드세요’라고 할 수 있나? 이는 가장 수준 낮은 질문이며, 직업에 대해 분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역이 다른 사람을 비교할 때 각각 맞는 것을 비교해야 한다. 저와 비교한다면 글쟁이들과 비교해달라. 나는 글쟁이다. 장정일, 김훈 선생님 같은 대가와 비교한다면 ‘에이~어떻게 제가…’ 이럴 것이다.”

 

kwjun@sportsworldi.com 

사진=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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