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간절함이 떨어진 것일까. 실점 장면에서 선수들이 멍하니 서서 선심을 바라보며 손을 드는 있는 장면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펼쳐진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1분 김민재(전북)의 롱패스를 받은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 직전 상대 마시모 루옹고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대표팀 핵심 손흥민과 기성용(뉴캐슬)이 동시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결과이다. 특히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패로,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시작한 1997년 이후 ‘감독 데뷔 최다 무패’ 타이기록이다. 오는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에서 비기거나 승리하면 신기록이다. 손흥민이 없는 가운데 황의조의 맹활약으로 공격 옵션이 늘어난 점, 후방 빌드업과 관련해 김민재가 활약한 부분도 소기의 성과이다.
그러나 마지막 실점 장면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상황은 후반 추가시간에 벌어졌다. 호주의 코너킥이 문전 혼전 과정을 거쳐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공이 흘러나왔다. 이를 호주 톰 로기치가 수비 방해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때 한국 수비수들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기 위해 전진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골키퍼 김승규가 슈팅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며 공이 튀어 나왔고, 이를 호주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가 달려들며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일차적으로 골키퍼 김승규가 확실하게 볼 처리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수비진은 이날 비가 왔다는 점을 감안해 끝까지 공을 향한 집중력 있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했다. 그런데 수비수들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시도하며 전진한 이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두 발이 모두 그라운드에 붙어 있었다.
같은 장면에서 루옹고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공을 향해 달려들어 기어이 골을 뽑아냈다. 로옹고뿐만 아니라 문전에 위치한 호주 선수 모두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벤투호 수비수들은 실점 장면을 그저 지켜봤고, 직후 선심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슈틸리케호 시절 부진에 빠졌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경기 막판에 체력 저하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호주와 같은 입장이다. 공에 대한 간절함과 의지의 차이이다. 여기에 집중력도 갈린다. 오프사이드 판정 여부는 차후의 일이다. 일단 온 플레이에서 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도 없고, 휘슬 소리가 나오기 전이라면 무조건 공을 달려들어야 한다. 실점보다 더 뼈아픈 것은 수비수의 움직임이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은 집중력과 의지였다. 감독 교체 이후 주전 경쟁에 대한 의지와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모두가 투지를 선보였다. 앞서 9~10월 평가전에서 세계적인 강호 칠레, 우루과이를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선수 전원의 의지와 집중력이 강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날 마지막 장면만큼은 과거 부진했던 시기로 회귀한 모습이었다. 전현직 주장이 빠진 탓일까. 아니면 벤투 감독 체제에서 주전 경쟁 구도가 굳혀진 이유일까. 호주전 마지막 실점 장면은 몇 번이고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KBS 중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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