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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7 03:00:00, 수정 2018-11-06 19:20:42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완벽한 타인’은 없다

    •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의도가 무엇이건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비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 개봉했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등이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해 게임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저녁식사 동안 걸려오는 전화, 문자, 이메일 내용을 빠짐없이 공개하자는 것.

       

      초반에는 모두 시큰둥한 눈치였으나 “그렇게 떳떳하지 못하냐”는 석호의 부인 예진(김지수 분)의 핀잔에 결국 게임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자 불륜, 비밀 골프모임 등 친구 혹은 부부 사이에 감춰뒀던 사실들이 하나 둘 공개되기 시작한다. ‘저게 실제라면 얼마나 아찔할까’ 싶은 상황들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에게서 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장난에서 시작된 일이 결국 장난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석호와 친구들은 서로의 비밀이 밝혀지자 당황하고 분노한다. 비밀을 숨긴 상대방을 추궁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펑펑 울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한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자 주인공들은 결국 아무도 입을 떼지 못하고 정적에 휩싸인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무기력함, 일명 ‘멘붕’이 밀려온 것이다.

      이렇듯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올 경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식욕저하, 무기력증 등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적응장애’라고 부르는데 한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 및 적응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난해 약 12만5000명으로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적응장애는 증상을 참고 방치한다면 우울증 등 더 심각한 심리적 부적응 증상을 초래할 수 있어 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영화 후반부 태수의 부인 수현(염정아 분)은 태수에게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라며 유시명 시인의 시 ‘잠수’를 읊어준다. 참고 버티는 것은 때로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적응장애가 만성적으로 이어질 경우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 더딜 뿐만 아니라 후유증에 시달리기 쉽다. 무엇보다 적응장애는 혼자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함께 배려하고 이겨나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 혹시 나 자신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스트레스에 잠겨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스트레스로부터 ‘완벽한 타인’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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