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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말’ 조현재 “극과 극을 표현하는 것, 악역의 매력이죠” (인터뷰 ①)

입력 : 2018-10-16 09:49:59 수정 : 2018-10-16 10: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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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이보다 더 악할 수 있을까.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강찬기는 연기한 배우조차 ‘극혐’이라며 고개를 내젓는 역할이었다. 그런 역대급 악역을 제대로 완성시킨 배우 조현재를 만났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하 ‘그녀말’)은 달라진 얼굴에 기억까지 잃어버린 지은한(남상미)이 기억 속의 자신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멜로극. 반전을 거듭하며 밝혀진 지은한의 성형 이유는 강찬기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다. 

 

조현재는 극 중 지은한의 남편이자 비뚤어진 재벌가 엘리트 강찬기 역을 맡았다. 스마트한 뉴스 앵커로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겉보기는 멀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 이중적인 폭력 남편, 또 지하 오디오룸에서 아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퍼부었고, 반성이라고는 모르는 파렴치한 인물이었다. 

 

‘용팔이’로 악역을 소화했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드라마 ‘러브레터’ 속 새하얀 안드레아 신부님의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녀말’의 강찬기는 이를 모두 지울만큼 지독하게 악했다. 무엇보다 조현재는 그런 강찬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회생활에선 더할 나위없는 젠틀남, 냉철한 지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이면서도 집 안에선 180도 돌변하는 강찬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갔다. 

 

작품 속 극과 극의 캐릭터를 모두 소화한 조현재. ‘그녀말’ 또한 변화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변신에 목마르다고 이야기 한다. 그가 오랜 기간 작품 선택에 공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마친 조현재를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백기가 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배우라는 직업의 숙명인 것 같다. 계속 일할 때는 휴식없이 1년이 가는 경우도 있고, (공백기가) 본의 아니게 길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작품을 찾느라 늦어졌다. 준비하던 작품이 늦춰지면서 일 년 반이 훌쩍 지나가더라. 작품을 ‘결정’하는 건 빠르지만 그런 작품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음 작품도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그렇게 선택한 ‘그녀말’의 만족도는 얼마나 되나.

 

“무엇보다 호평이 많아서 정말 감사하다.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낀다. 일할 때는 고되고 힘들었다. 캐릭터도 어려워서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시청률도 높게 나와서 더 행복하다. 결방도 두 번 있었는데, 시청률도 하락하지 않았다. 결과들이 좋으니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들이 싹 날아간 것 같다.”

 

-말그대로 무자비한 캐릭터였다. 강찬기를 연기한 소감은.

 

“일단 강찬기의 감정이 굉장히 어렵다. 늘 어떻게 될지 마음 졸이고 있을 때가 많았다. 자신은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지은한(남상미)도 일도 자기 뜻대로 안되는 게 현실이니까. 잔인하고 잔혹한 표현도 해야하고 항상 그런 생각을 갖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 우울한 생각도 하루종일 하고 있다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끝나고 몸이 아프더라. 촬영 일정도 강행군이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이 힘들었다.”

 

-전작 ‘용팔이’에 이어 또 악역이다. 특별히 악역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

 

“어릴 땐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악역까지는 아니더라도 반항아나 액션 연기처럼 강인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내가 괴롭고 고생하는게 반대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고생을 많이 하면 시청자들이 더 즐길 수 있고, 또 그런 작품이 잘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극과 극을 표현하는 역이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중은 그런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캐릭터에 구분짓지 않고 폭넓게 생각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그런 생각은 변함 없을 것 같다.”

 

-폭행신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사실 공중파에서 보여줄 수 없는 수위였다. 원래는 그림자만 촬영하기로 했는데, 감독님이 욕심이 나셨는지 액션신을 찍기도 했다. 아예 합을 맞춰서 여러차례 찍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찍었는데, 편집된 부분이 더 많다. 거의 90%다. (웃음) 폭행 장면은 내 표정만 살리고 그림자로 끝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심해지더라. 이시아씨 합을 맞춰 촬영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무리한 요구를 많이 하셔서 대역으로 촬영했다. 방송에 내보내기에는 수위가 안 맞았다. 영화에서는 살인도 하고 그보다 더 한 장면도 나오지만 방송에서는 다룰 수 없는 소재였다.”

 

-폭력남편에 소시오패스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강찬기를 선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악역을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사실 어렸을 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못했었다. 서른 중후반이 되어서야(하게됐다). 하지만 이런 악역은 처음 해본다. 정말, 가장 치명적이고 또 가장 치졸한 역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범죄자다. 어떻게 보면 인간 조현재가 바라보기에 기분 좋은 역할은 아니다. 그래서 캐릭터적으로 미스테리의 한 부분이라고 이해하고자 했다.”

 

-악역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시작하기 전에는 (극 중 강찬기가) 왜 그래야 하는지 많이 여쭤봤었다. 그렇지만 명쾌한 해답은 없더라. 납득 가는 게 없어서 하지 말아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다만 배우로서 캐릭터적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상황을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캐릭터로 생각하자’하고 작품에 임했다. 배우로서 악역을 하는 건 늘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치졸하고 야비할 줄은 몰랐다.(웃음)”

 

-캐릭터와 관련해 감독의 특별한 주문은 없었나.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전형적인 악당의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더 섬세하게 표현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아나운싱도 정말 아나운서다웠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개인적으로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도 얻고 레슨도 받았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도 많이 찾아봤다. 그런데 강찬기는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인격장애가 형성된 인물이다. ‘내가 잘 못 키웠다’는 어머니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착각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걸 극에서 그렇게 표현했다. 아역이 나와 어린 시절을 보여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나를 대변해주는 역할이 됐다. 강찬기를 대변하기 보다는 그의 폭력성에 더 중점을 두고 싶으셨던 것 같다.”

 

-강찬기와 정수진(한은정)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그게 굉장히 소름끼치는 점이다. 지은한을 사랑하지만 (강찬기에게) 다른 것들은 물건 같이 쓰고 버리면 그만인 도구일 뿐이다. 그 점을 철저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단 한 번도 감정을 담아 (한은정)을 바라본 적이 없다. 그만큼 철저한 극혐, 파렴치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냉혈한이다. 또 아내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이제 내 소관이다’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 전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그 때부터 폭력성이 나온다. 아내가 내 예전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더 난폭해지는 범죄자의 심리가 발현되는 거다. 그게 강찬기의 인격장애였다.”

 

-동료 배우들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는데.

 

“재원 씨가 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더라. ‘러브레터’의 다음 작품이 ‘로망스’였다. 둘의 인연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두 사람이 이 시대를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했다. 나도 계속 재원 씨 작품을 봐왔다. 데뷔는 내가 먼저였지만, 재원 씨가 먼저 스타덤에 올라가 있었다. 그런 시대를 함께 보내온 분과 다시 함께 연기하고 있다는 게 좋았다. 또 내 첫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에 함께 출연했던 이미숙 선배님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있으니 정말 든든하고 힘이 됐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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