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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힐만 감독은 ‘가족’과 ‘예의’를 선택했다

입력 : 2018-10-14 07:13:23 수정 : 2018-10-14 11: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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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충격적이다.

 

트레이 힐만(55) SK 감독은 지난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LG와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SK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SK와 2년 계약을 맺었다. SK 구단 사상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다.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17년 SK를 5위에 올려 2년 만의 가을야구로 인도했고, 올해는 강인한 리더십 기질과 탁월한 판단력, 유연성으로 팀을 2012년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2위에 올려 놓았다.

 

SK는 이런 힐만 감독과의 재계약에 적극적이었다. 올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기간 구단이 재계약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계약 진행은 중단됐다. 힐만 감독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구단은 기다렸지만, 힐만 감독은 이달 초 구단에 재계약 거절 의사를 전했다.

 

힐만 감독이 재계약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가족’이었다. 힐만 감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SK는 구단과 힐만 감독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힐만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역시 안 되겠다”였다.

 

재계약을 강력하게 추진한 염경엽 단장도 지난해부터 어머님의 건강을 걱정한 힐만 감독의 뜻이 워낙 확고해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힐만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그리고 지난해 11월 수술을 받은 아내의 상태에 걱정이 많았다. 평소 힐만 감독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다는 게 SK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리고 힐만 감독은 구단에 한 가지를 요청했다. 정규리그가 끝나는 날, 기자들에게 재계약 불가 사실을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일본리그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200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감독을 맡아 5년간 일본시리즈 우승 1회(2006년), 준우승 1회(2007년)를 포함해 5시즌 통산 351승14무324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2007년 시즌 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를 받고 떠나는 과정에서 구단과 결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힐만 감독은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힐만이 구단에 요청했다. 그는 염 단장에게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떠날 때 도망가는 모양으로 비춰진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꼭 언론과 만남을 갖고 싶다”고 요청했다. 힐만 감독이 강력하게 이를 주장해 염 단장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SK에 민감한 시기다. 2012년 이후 6년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올해 구단 사상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다가올 포스트시즌에서는 리그 최강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힐만 감독의 갑작스런 재계약 불가 통보는 SK의 ‘흥’을 깰 수 있다. 염 단장은 “힐만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하더라. 선수들과 잘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이별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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