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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나는 언론인이다", 기자들 분노 보여줘야

입력 : 2018-10-09 11:39:22 수정 : 2018-10-09 13: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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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경우 기자] 황교익이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언론인”이라며 ‘동료 언론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황교익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왜 분노하지 않는가’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황교익은 이 글을 통해 SBS 골목식당 막걸리 논란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황교익은 “’거짓에 대한 기자의 분노는 개별적 분노일 수 없다”며 “자신과 시민들을 속인 조작방송을 취재하고 고발함으로써 기자의 분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언론을 질타했다. 그리고 “대학 전공도 신문방송학이고 기자 노릇도 10여 년 하였다.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언론인이다”라며 “내가 일하는 이 판이 양심과 정직의 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이후 황교익의 일관된 주장은 막걸리 블라인딩 테이스팅을 진행하고 방송을 내보낸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많은 언론이 이 사안을 보도했고, 황교익은 일부 언론에 대해 ‘기레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날선 반응을 보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제작진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비교 시음 목적은 12개의 막걸리를 맞추는 퀴즈가 아닌 막걸리 맛의 변화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솔루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인위적인 상황설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종원은 이 논란에 대해 아직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아래는 황교익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 

 

 <왜 분노하지 않는가>

 

백종원 골목식당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가 방송되었을 때에 기자들은 백종원이 막걸리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기사를 썼다. 반면에 청년 사장은 아집꾼으로 만들었다. 방송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고 수많은 시청자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가 인간 능력 밖의 일이고 방송이 억지스럽다고 하였을 때에도 기자들은 나를 생떼나 쓰는 사람으로 몰았다. 방송 내용을 웬만큼 믿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엔 제작진이 백종원도 겨우 3개 맞혔다고 고백했고 막걸리 편 마지막 방송에서 이를 자막에 슬며시 넣었다. 청년 사장은 2개 맞혔다. 2개나 3개나 그게 그것이다. 내가 말한 대로, 백종원도 인간이니 그 정도 맞히는 것이 정상이다. 백종원은 막걸리 맛도 척척 알아내었다고 쓴 기자들은 조작방송에 속은 것이다.

 

인간은 원래 속으면 분노하게 되어 있다. 자신을 속인 상대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한국의 기자들은 자신을 속인 조작방송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다. 한국 기자들은 몸에 사리를 몇 과씩 장착하고 다니는가.

 

거짓에 대한 기자의 분노는 개별적 분노일 수 없다. 기자들이 거짓에 속은 것과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속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분노는 공적 분노이다. 자신과 시민들을 속인 조작방송을 취재하고 고발함으로써 기자의 분노를 보여주어야 한다.

 

연예오락방송에서 뭘 그렇게 따지냐는 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이런 작은 방송조작에 길들여지면 큰 방송조작에도 감각이 무뎌지게 된다. "방송이 원래 그렇지 뭐." 그렇게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불신의 언론판을 뒤집어 언론과 시민 사이의 신뢰를 다시 확보하려면 이렇게 작아 보이는 조작방송까지도 찾아내어 고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자들의 작은 분노를 기다린다.

 

(나는 언론인이다. 대학 전공도 신문방송학이고 기자 노릇도 10여 년 하였다.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언론인이다. 음식 전문 기자, 음식 전문 작가이다. 내가 일하는 판이 언론판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이 판이 양심과 정직의 판이 되기를 바란다. 동료 언론인들도 내 마음과 같을 것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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