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수원 권영준 기자] 두들겨 맞아도 물러서지 않는다. 과감하게 반격한다. 끝까지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움직인다. 벤투호가 9월 2차례 평가전에서 남긴 분명한 성과이다.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의 평가전에 나서 0-0으로 비겼다. 지난 7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던 대표팀은 이날 무승부로 9월 2차례 평가전은 1승1무로 마무리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의미 있는 2연전이었다. 새 사령탑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탄탄한 수비와 매끄러운 빌드업, 역동적인 역습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 이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 소집 첫 훈련부터 빌드업 전술 훈련을 진행하는 등 색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아직 부임 후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성과는 분명하다. 우선 팬들이 열광한다. 9월 2차례 평가전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홈 A매치 2경기 연속 매진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5월23일 세네갈전과 26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이후 12년4개월여 만이다.
대표팀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데 이어 칠레전에서 0-0으로 비겼다. 2경기 연속 무실점을 펼친 것이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 수비 불안이 어느 정도 보완했다는 증거이다. 물론 실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운도 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고, 이는 선수단 자신감으로 연결한다.
또 하나는 바로 치고받는 인파이팅 축구를 펼쳤다. 칠레는 세계적인 강호로 꼽힌다. 최근 다소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이날 선발 출전한 비달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이다. 벤투호는 강한 상대를 만나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중심으로 측면을 지속적으로 파고 들었다. 기성용(뉴캐슬)은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정확한 롱패스와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칠레를 흔들었다.
0-0 경기였지만,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득점 무승부 경기는 보통 지루하다. 수비를 두껍게 쌓아 무승부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벤투호는 그렇지 않았다. 한대 얻어맞아도 곧바로 두들겼다. 벤투호의 첫 출항은 분명 큰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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