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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1 14:11:48, 수정 2018-07-11 14:11:48

    [류시현의 톡톡톡] 비와 삼해주(三亥酒)

    • 비가 왔습니다. 올 여름 조금 일찍 도착한 작렬하는 태양덕분에, 땀도 많이 흘리고 피부도 검게 그을렸는데 지난 주 도착한 장마가 식혀주었습니다. 비가 내려서 공기가 맑아지니 시계가 좋아져 멀리 보이는 산등선도 아름다웠고요, 아침저녁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축복 같은 초여름 밤이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비가 오면요, 저는 왜 김치전에 막걸리가 생각나는 걸까요.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많이 마시지도 못하면서, 게다가 비 오는 날씨도 안 좋아하는데, 비만 오면 한잔 생각이 납니다. ㅎㅎㅎ

      그러던 차에 ‘그 사람의 향기’라는 프로그램 녹화 차 남산의 ‘막걸리 학교’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도중 허시명 교장 선생님께서 물으시더군요. ‘삼해주’를 아느냐고요. 전 처음 듣는 술 이름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서울 사람이 아니군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말씀에 놀라 삼해주를 찾아보았습니다. 삼해주는 술 빚는 시기와 횟수가 담겨진 이름인데요, 음력으로 정월 첫 해일(亥日) 해시에 술을 빚기 시작하여 12일 후나 36일 간격으로 해일 해시마다 3번에 걸쳐 빚은 술이라고 합니다.

      서울 사대부와 부유층에서 빚어 마시던 고급 약주로, 쌀 소비가 많아 영조시대에는 삼해주 때문에 금주령 상소가 빗발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득 그 말을 듣고 보니 요즘은 반대로 쌀이 남아 걱정이라는데 삼해주를 만들어 세계로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삼해주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허 교장 선생님께서 올 정월에 빚기 시작해서 5월에 거른 술이라며 삼해주 한 병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어제 저녁 저는 햇감자를 강판에 갈아 체에 걸러 수분과 전분을 분리하고 감자전을 준비했습니다. 갈은 감자는 소금으로만 가볍게 간을 했고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여유 있게 둘러 달군 후, 간 감자를 숟가락으로 넉넉하게 한 숟가락씩 놓아 앞뒤로 노릇하게 지졌습니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맑은 삼해주를 대접이 아닌 서양식 위스키 샷 잔에 담아 함께 놓았습니다. 삼해주의 맛은 좋은 누룩 향이 물씬 풍기는 청주라고 해야 할까요. 부드러운 쌀의 기운 속에 톡 쏘는 경쾌함도 있어 쫄깃한 식감의 쌉싸래한 듯 고소한 감자전과 잘 어울렸습니다. 몸에 제일 좋은 음식이 제철음식이라는데 36일은 젊어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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