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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고향을 잊고 싶은 청춘 이야기 '변산'

입력 : 2018-07-11 03:00:00 수정 : 2018-08-24 13: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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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태어나서 자란 곳’이지만, 나고 자랐다고 해서 모두 고향일 수는 없다. 진정 마음을 주고 그리워하는 곳이 고향이다. 누군가에게는 머릿 속 한 구석에 박아놓고 꺼내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변산’은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분)가 잊고 싶었던 고향에 ‘강제 소환’돼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학수는 고향 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발렛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유명 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에 6년 연속 도전하지만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던 학수는 아버지(장항선 분)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전화를 받고 도착한 곳은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 학수는 어머니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던 건달인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탓에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외면한다. 반면 학수의 고교 동창 선미(김고은 분)는 중풍과 대퇴부 골절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아버지(정규수 분)를 위해 휴직계를 내고 간호에 전념한다.

 

학수에게 ‘아버지’는 고향을 부정하게 된 ‘흑역사’다. 이에 반해, 선미에게 고향은 짝사랑의 기억과 자신이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준 삶의 터전이다. 입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보여지는 두 남녀의 모습에는 고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뇌졸중이나 대퇴부 골절은 가족의 의지와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제대로 거동이 어려운 만큼 옆에서 꾸준히 환자를 돌봐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낙상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인구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추락과 낙상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73%는 6개월 이내에 뇌졸중으로 인한 추락과 낙상을 당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추락과 낙상은 골절 및 연조직 손상으로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고 보호자의 경제적, 심리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영화 말미에 학수의 고교 동창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곳인데, 여전히 친구들은 모여 들고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학수는 그동안 고향을 부정했던 자신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노을이 지는 뻘 밭에서 시원하게 욕을 내뱉으며 웃는다.

 

영화 속 선미는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학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날리는 묵직한 한 방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유쾌한 청춘 영화를 보면서도 고향을 떠올릴 때면 가슴 한 켠에 서려있는 아련함이 밀려왔다. 삶의 밑바탕이 되어준 터전, 가족, 친구가 그 곳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고향일 수 있지만, 우리가 고향을 삶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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