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8-07-03 10:06:29, 수정 2018-07-03 10:06:29

    [최웅선의 골프인사이드] 선수들의 ‘맹폭’에 고개 숙인 경기위원회

    •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장에 나가보면 경기위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러프는 짧고 핀 위치가 쉽다‘, ’코스 변별력 좀 높여라‘는 ‘악플’이 달린다. 욕설은 기본 옵션이다.

      9홀 7언더파, 18홀 10언더파 62타, 7홀 연속 버디 등이 쏟아지는데 경기위원회는 ‘뭘 하는 걸까? 설마 적당히, 대충 코스 세팅을 하나’란 의문이 든다. 정말 그럴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KLPGA투어엔 토너먼트 코스세팅 매뉴얼이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매뉴얼에 기초를 둔다. 따라서 국내 대회의 코스 세팅도 남녀 모두 미국과 비슷한데 스코어는 훨씬 더 잘 나온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잔디다. 골프장에 깔리는 잔디는 수백 종류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미국과 유럽 등의 양잔디, 국내 골프장 대부분은 국내 품종인 중지다. 양잔디는 밀도가 높고 억센 게 특징이다. 공이 러프에 빠지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스코어를 지키기 어렵다. 그에 반해 중지는 잎에 힘이 없다. 발목까지 빠지는 러프에 들어가도 쉽게 빠져 나온다. 더욱이 밀도까지 낮아 페어웨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KPGA와 KLPGA 경기위원회는 잔디에 따라 코스세팅을 달리한다. 하지만 골프장의 협조 여부다. 골프장이 경기위원회의 코스세팅에 협조해 줄 경우 변별력은 높아지고 유리알 그린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은 대회 개막전까지 영업을 한다. 따라서 러프를 대회 기준에 맞춰 키우면 갑작스레 난이도가 높아져 내장객들의 불평불만이 빗발친다. 골프장 측으로서는 고객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코스 난이도를 높이는 건 어찌 보면 참으로 쉽다. 전장이 짧으면 파72를 파70으로 줄이면 된다. 또 티샷이 떨어지는 예상 지점의 러프를 키우고 랜딩 지점의 페어웨이 폭을 좁히면 된다. 그러나 쉬운 것도 골프장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국내 골프대회의 현실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PGA투어는 토너먼트에 최적화된 자체 골프장을 보유하기 시작했고 ‘TPC(Tournament Players Club)’란 이름을 붙였다.

      유러피언투어의 경우 자신들이 인증해 준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 골프장에서만 대회를 개최한다. KPGA 코리안투어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코리안투어 토너먼트 코스 인증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린의 난이도를 더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스피드를 위해 ‘빡빡(?)’ 밀 경우 햇볕에 타 죽어 그린을 들어내야 할 위험이 따라 골프장에서 꺼린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각 골프장에 그린만 관리하는 ‘그린키퍼’라는 전문가가 있어 토너먼트가 요구하는 그린 스피드를 맞추기 위해 최소 6개월 전부터 관리하지만 국내는 명문 골프장 몇 곳을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코리안투어는 제주 대회를 개최했다. 코스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 당초 대회 개최 예정이던 골프장이 대회 2주를 앞두고 그린이 햇볕에 타 죽은 것. 부랴부랴 대회장을 바꿔 대회를 치른 것도 기적이었다. 국내골프장 환경이 이렇다 보니 경기위원회와 골프장 코스관리팀의 마찰은 매 대회마다 벌어지는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핀 위치를 어려운 곳에 꼽으면 된다는 반론이 있다. 시각적으로 느끼는 핀 위치는 그린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는 선수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KLPGA 경기위원회는 몇 년 치 데이터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퍼팅하기 어려운 곳에 핀 위치를 선정한다.

      KPGA와 KLPGA 경기위원회가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수고를 하지만 결국 ‘갑’인 골프장의 협조와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KLPGA는 최근 2주 연속 제주도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는 18홀, 36홀, 54홀 최소타 기록이 나왔고 에쓰오일 챔피언십 역시 ‘버디 쇼’가 펼쳐졌다. 당연히 경기위원회의 코스세팅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경기위원회는 억울했다.

      날씨와 바람을 예측할 수 없는 제주도의 특성상 무작정 난이도를 높일 수 없다. 4월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4라운드 72홀 경기가 예정됐지만 기상악화로 2라운드 36홀 경기로 축소했다. 에쓰오일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강한 바람과 비가 예보됐지만 한라산 550미터에 위치한 대회장은 정작 바람 한 점 없었다. 또 전날 내린 비 때문에 그린까지 물렁해졌다. 2주 연속 바람 한 점 없는 좋은 날씨는 기술적 완성도가 무결점 수준에 있는 상위권 선수들에게는 경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됐다.

      반면 같은 주에 열린 KPGA 코리안투어는 선수들은 고전했다. 양잔디 코스에다 골프장의 전폭적인 협조로 토너먼트에 최적화된 세팅이 이루어져서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선 경기위원회가 아닌 골프장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웅선(<아마추어가 자주하는 골프실수>저자, 골프인터넷 매체 <와이드스포츠> 발행인)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