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스타★톡톡] 김해숙 “나를 놓을 때 행복하다…참 복 많은 사람”

입력 : 2018-06-18 11:00:00 수정 : 2018-06-18 11:51:2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연기경력 44년’ 김해숙의 고민이 담긴 영화다. ‘허스토리’ 속 김해숙은 그간 우리가 만난 그의 캐릭터보다 더 깊고 진한 배우의 향을 풍긴다.

영화 '허스토리'는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던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김해숙은 극중 과거를 숨긴 채 아들과 힘들게 살아 온 위안부 피해자 배정길 역을 맡았다. 배정길은 주변 시선을 피해 살아오다 재판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는 인물. 그만큼 극적인 감정 변화들이 주를 이룬다. 쉽지 않은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김해숙은 해냈다. 그간 영화 ‘재심’ ‘아가씨’ ‘암살’ ‘깡철이’ ‘도둑들’에서 입증된 명품 연기를 선보이며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나타낸 것.

민규동 감독은 김해숙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바로 떠오른 배우다. 촬영하면서 왜 대배우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하는 연기라는 것이 저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움과 존경을 나타내기도.

무엇이 김해숙을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을까. 스포츠월드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이 작품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저도 몰랐던 관부재판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배우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이 영화의 좋은 뜻을 알리고 싶더라. 그 재판을 겪으신 분들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살아계신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를 알리며 우리가 비록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이렇게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우리가 힘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영화를 본 소감은.

“언론시사회 때 정말 긴장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기 싫을 정도로 두렵더라. 제 모습을 보기 무서웠다. 도망가고 싶더라. 보고 나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멍하고 허하달까. 해냈다는 감동과 동시에 이게 부족했던 건 아닐까, 저게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는 묘한 감정이 많았다.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때문에 힘들었던 거 같다. 아직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캐릭터 분석이 쉽지 않았을텐데.

“감히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쉽지 않은, 또 한 많은 여인의 모습을 많이 표현해봤음에도 이번 캐릭터는 감이 오지 않더라. 보통은 시나리오 읽고 ‘이럴 것이다’ 하고 모습이 그려지는데 ‘허스토리’는 달랐다. 읽으면 읽을수록 겁이 났다. ‘내가 과연 이 분들이 겪은 아픔을 0.001%라도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아픔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살아계신 피해자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까 두려웠다.”

-법정 신을 찍을 때 특히 힘들었겠다.

“마지막 촬영이었다. 배우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자. 누구 하나라도 쓰러지지 말자’는 각오로 임했다. 우리 다 각자의 신이 끝나면 탈진했다. 몸에 있는 모든 물기가 빠져나간 느낌이더라. 실제로 저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 실제 피해자분들은 얼마나 입이 마르셨겠나.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정말 처절하게 연기했다. 스태프들 역시 감정을 깨지 않게 하려고 한마음으로 움직여줬다.”

-인간 김해숙에게 힘든 시간이었겠다.

“예상은 했지만 배정숙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왜 이렇게 슬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웬만하면 울지 않고 속으로 삭히는 캐릭터이다보니 우울감이 오래 가더라. 이대로 내버려두면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육감적으로 왔다. 캐릭터를 잊어버리려고 어서 다른 역할을 찾았다. 그게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이판사판’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바로 다른 작품에 들어갔다. 그래도 몸이 좋지 않더라. 건강 검진을 받는데 문진표를 작성하지 않나. 결과를 보고 ‘좀 안 좋다. 약을 먹으면 어떻겠느냐’ 하기에 ‘아니다, 영화 때문에 그런 거다’ 하고 훌쩍 여행을 다녀왔다. 현재는 많이 좋아졌다. 원 상태로 돌아왔다.”
-현 시점에서 배우로서 목표는.

“계속 현장에 있는 배우이고 싶다. 그리고 보시는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느끼지만 제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보면 설렌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분명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무서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일을 사랑하는 열정이 그걸 버티게 해준다. 현장에선 배우로, 집에선 배우라는 걸 잊고 철저하게 자연스럽게 돌아가려 한다. 결국 마음가짐 아닌가. 나이 들면서 나를 내려놓을 때 행복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