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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30 06:00:00, 수정 2018-05-29 11:25:54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④] 짝퉁볼 그 값싼 유혹

    • ‘초자연 현상은 없다’는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제임스 랜디는 1백만 달러를 포상금으로 내건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를 돌며 자칭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는 숱한 사기꾼의 가면을 벗겨낸 것은 그의 업적이다. 독특한 실험을 했다. 한 청년을 신의 사자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 뒤 그 청년 입으로 ‘실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실토하게 한 것이다. 제 입으로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도 그 청년을 신의 사자라고 믿는 사람은 다 사라지지 않았다. 뜬금 없는 말이 아니냐고? 바로 짝퉁 골프볼에 대한 믿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선 ‘짝퉁’은 속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가품이나 유사품 혹은 이미테이션이 맞는 말이라는 것도. 그런데도 귀에 쏙 들어오도록 이 단어를 쓴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골프볼에도 짝퉁이 있을까? 이 질문보다는 ‘내가 조금 전 골프용품점에 가서 산 유명 브랜드 골프볼이 가품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와 닿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진짜로? 그렇다. ‘에이! 다른데 보다 많이 싸게 파는 것은 짝퉁볼일 확률이 높다고 하던데?’라고 되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전에는 그랬다. 돈이라면 영혼도 팔 인간들이 짝퉁볼을 잔뜩 수입해 여기 저기 유통한 적이. 국내서 가품 제조를 시도한 적도 있고. 그런데 한참 전 일이다. 지금은 짝퉁볼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관을 통관하는 상품마다 샘플 검사를 하다가 유명 브랜드 상품이 있으면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업체에 통보한다. 정상적으로 수입되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품이라면? 그 자리에서 몰수다. 그러니 유명 브랜드 골프볼 가품을 수입해보겠다고 마음 먹을 ‘간이 부은’ 악당은 더 이상 없을 수 밖에.

      다른 점포보다 몇 퍼센트 싸면 ‘중국산 짝퉁 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유명 백화점 골프용품점에서 산 것이 진품일 확률이 높다는 믿음도 지금은 지나친 것이다. 가게마다 마진폭이 다를 뿐이다. 오히려 많이 팔아서 골프볼 업체로부터 보너스를 받아 더 싸게 팔 수 있는 점포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마진 없이 넘기는 곳도 있고. 그러면 짝퉁 골프볼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까? 그것은 아니다. 적어도 중국 어느 골프용품점에서는 버젓이 팔리고 있다. 다른 나라는 나도 모르지만. 그것을 개인이 낱개로 들고 와서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팔아 푼돈을 챙기는 것까지 막을 도리는 없는 노릇이다. SNS에서 제법 많은 수량을 엄청 싸게 판다면 가품일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 돈만 챙기고 내빼는 사기꾼일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짝퉁볼을 사면 왜 안되는 것일까? 당연히 성능이 진품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골프볼 성능은 크게 비거리와 스핀량 그리고 안정성으로 따진다. 샷한대로 더 멀리 반듯이 날아가고 필요할 때는 백스핀이 먹어 탁탁 그린에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몸담은 회사를 비롯해 프리미엄 골프볼 업체는 이 성능에 사운을 건다. 디자인한 품질을 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짝퉁볼을 생산하는 업체는 어떨까? 겉만 같으면 신경 안 쓴다. 속은? 곯아도 그만이다. 어차피 눈속임 하는 것 아닌가? ‘같은 품질을 낼 실력은 있는데 브랜드 파워가 없으니까 남의 상표를 베껴서라도 먹고 사는 것 아닌가?’ 하고 동정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신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품질을 관리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 프리미엄 볼이 비싼 것은 광고비 탓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짝퉁볼 업체가 진품 같은 품질을 내려다간 도저히 원가를 맞출 수 없다. 그래서 재료도 싼 걸 쓰고 생산 과정도 날림이다. 자동화 시설도 제대로 못 갖춘 상태에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생산하다 보니 손길이 섬세하지 못할 수 밖에. 그래서 겉은 비슷해도 품질은 엉망이다.

      진품과 가품 퍼포먼스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공식 데이터는 없다. 눈으로 봐도 확연히 만큼 차이가 나는 것은 틀림 없다. 볼을 들고 철판 따위로 된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려 보면 튕겨 올라오는 정도부터 다르다. 멀리 안 나간다는 얘기다. 티샷을 해서 한 클럽 거리만 덜 나갔다면 양반축에 든다. 진짜 엉터리는 정밀 측정자를 쓸 필요도 없이 맨눈으로 봐도 뒤틀려 있을 정도다. 중국 여행 갔다가 유명 브랜드 골프볼이 터무니 없이 싸서 솔깃하더라도 참기 바란다. 그 가격에 정품은 나올 수 없으니까. 그 볼로 혹시 내기 골프라도 친다면? 값싼 유혹에 빠진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짝퉁볼을 라이벌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골퍼라면 나도 두 손 들 수밖에.

      김용준 프로(엑스페론골프 부사장 겸 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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