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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7 19:14:25, 수정 2018-05-17 22:35:20

    [뉴스+] 달랑 플라스틱 칸막이 하나…공용화장실 '성범죄 사각지대' 여전

    ‘묻지마 살인 방지법’ 2년째 국회 표류…“소급적용 금지 원칙에 맞지 않아” / 행안부, 사업주 비용부담 등 우려 / 법조계 “법 개정해 범죄 예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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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직장인 A(35·여)씨는 자정 무렵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100m가량 떨어진 지하철 역사로 들어갔다. 술집 건물 4층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남녀공용일 뿐 아니라 안에서 문을 잠글 수도 없었다. A씨는 “술에 만취한 남성이 들어올까봐 두려워 일부러 멀리까지 가야 했다”고 말했다.

      2016년 5월17일 새벽 강남역 번화가의 노래방 부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일종의 ‘묻지마 살인’이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남녀공용 화장실을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심재철 등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16명이 남녀 화장실 구분을 의무화하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일명 ‘묻지마살인 방지법’)을 발의했다. 현행 법률이 예외로 둔 2004년 7월 이전 설치된 시설과 술집 등 풍속영업장과 다중이용업소도 반드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17일 기자가 취재한 결과 강남역 일대에선 여전히 남녀공용 화장실이 눈에 띄었다. 7∼8㎡ 넓이 화장실 안에 달랑 플라스틱 칸막이 하나로 남녀 공간을 구분했다. 여성용 좌변기가 있는 칸을 따로 만들었지만 잠금장치가 고장 난 채 방치 중인 곳도 있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강남역 사건 2주기를 맞아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여자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이는 묻지마살인 방지법이 2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사실상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2004년 7월 이전 시설에도 남녀 화장실 구분을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의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제한된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를 ‘공중화장실’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소급적용하는 것치고는 민간 사업주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며 “아직 (남녀 화장실 구분 등) 민간 화장실을 지원하는 법적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풍속영업장과 다중이용업소 공용화장실은 성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데도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법인 윈앤윈 장윤미 변호사는 “공용화장실을 쓰는 일은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객관적 상황”이라며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화장실 설치 등 최소한의 기준을 국회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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