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어느 날 은밀하게 “시간 있습니까”라고 말씀하실 때 바로 촉이 오더군요. “아, 약속이행 관련인가요?” 그러자 슬며시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이셨습니다. 그래서 신랑 측 부모님과 신랑, 고대하던 아름다운 신부와 상견례를 하고 드디어 8년 반 만에 약속을 이행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이상 마음으로 준비하신 결혼식이니만큼 사랑이 퐁퐁퐁 넘치는 결혼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아들 딸 하나씩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사회를 본 커플들은 정말 다행히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요. ㅎㅎㅎ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건지 찾아봤더니 노천명시인의 시에서 처음 사용해서 그렇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인지 많은 신부들은 5월의 신부가 되고자 합니다. 올 5월도 그리하겠지요. 결혼하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결혼식 가서 혼인 서약을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다보니 혼인서약 문구 중,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어려울 때도 함께 하겠다는 말이 가장 지켜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쁘고 신나고 좋을 때야 누가 헤어지겠습니까. 요즘은 재밌고 위트 넘치는 서약들도 많이 한다는데 그래도 결혼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5월에 결혼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올해 새 출발하시는 모든 부부들,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이 글을 빌어 제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빈티지 와인을 10병이나 직접 선물해주신 저의 학우이자 인생 선배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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